평택 공동체가
직면한 변화를 위해
평택시 집행부가
용기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그날은 비가 왔다. 강아지는 박스 안에서 얼마 동안 갇혀있었는지 똥과 오줌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낑낑거렸다. 두려움에 가득 찬 강아지의 눈. 그 눈과 마주쳤을 때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우리집에 가자. 그렇게 오레오는 우리집 식구가 되었다. 까맣고 하얀 털이 뒤섞여 있어 붙여진 이름 오레오. 오래오래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자는 의미이기도 한 이름. 오레오는 3개월이 채 안 된 새끼였고 다른 감염은 없이 건강하며 성견이 돼도 10㎏이 되지 않는 중소형견으로 성격은 엄청 순둥이라 했다. 

오레오가 들어오면서 우리집에 흐르던 인간 중심 규칙들은 쉽게 무너졌다. 오레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욱 난감했다. 한참 이빨이 나는 중이라 손가락을 장난감인 양 물었다. 잠을 잘 때도 머리카락을 장난감 삼아 이빨로 당기며 장난을 쳤다. 때 아닌 습격에 우리 식구들은 모두 초긴장. 새벽 다섯 시면 기상을 해 얼굴을 핥았다. 그렇게 며칠 지내다 보니 첫아이 때가 생각났다. 모유 수유로 잠을 설쳤고, 이유 없이 울어대는 아이를 안고 난감했던 기억이 났다. 초보 부모는 모든 게 인간적으로 피곤했다. 지금은 그때보다 낫다. 막내딸 오레오는 언니보다 덜 까탈스럽고 애교도 많다. 돌볼 사람도 그때보다 늘었다고 생각하니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이 낯선 존재가 한없이 좋았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건 어렵고 고단하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정성들여 키워라. 너희집 복덩이가 될 거다” 친정아버지가 보낸 문자다. 둘째를 일찍 보낸 오십의 딸을 내심 안쓰러워했던 아버지는 오레오를 복덩이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레오가 온 뒤로 집안에 공기가 달라졌다. 많이 웃고 많이 움직이고 몸으로 놀며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강아지의 언어로 교감했다. 좋아하는 마음도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몸으로 눈빛으로 전하려 애썼다.

세 가족이지만 작은 공동체는 낯선 존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공동체 변화를 용기 있게 인정했다. 인간 중심 규칙에서 동물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규칙을,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강아지의 언어를, 강아지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도 구비했다. 그렇게 한 공동체 변혁이 시작됐다. 강아지의 모든 움직임을 조용히 응시하고 눈빛을 바라보며 강아지가 보내는 시그널에 집중한다. 사랑하는 오레오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어디 우리 가족뿐이겠는가. 어떤 공동체라도 낯선 존재, 새로운 존재를 받아들일 때면 늘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변화는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지금 같은 공동사회에서 그 누구도 고립되거나 소통할 수 없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타인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엄청난 변화를 공동체는 받아들인다.

그럼 평택은 어떨까. 평택에는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만큼의 공단과 공장, 대공장이 들어오고 있다. 커다란 미군기지도 두 곳이나 있고 평택으로 이전도 거의 마무리가 됐다. 평택 공동체는 우연히든 필연이든 이런 낯선 존재, 새로운 존재들을 받아드려야 할 현실에 맞닥뜨렸다. 평택 공동체의 변화와 변혁은 어쩔 수 없는 숙명이다.

얼마 전, 평택시장도 승인한 ‘미군기지 관련 법제도 개선안’에 대한 관련 부서의 입장은 평택공동체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평택 행정의 현재 모습이라 생각한다. 변화는 용기에서 나온다. 용기는 가장 훌륭한 정치적 덕이며 공적영역으로 들어서는 힘이다. 용기는 때때로 생기는 것이라 말하지만 용기는 스스로 내는 것이다. 평택 공동체가 직면한 변화를 위해, 평택시 집행부가 용기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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