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전국적으로 만세소리로 가득하다. 94년 전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해 전 국민이 만세를 불렀던 것처럼 3월 1일은 3·1절이라고 하여 각 지역마다 기념식을 갖는다.
이웃의 안성시도 지난 3월 1일 양성면 만세고개에 위치한 안성3·1운동기념관에서 제94주년 3·1절 기념식을 가졌다. 안성지역의 3·1운동은 안성읍내와 죽산면, 그리고 원곡면과 양성면 등 일부 지역에서만 전개됐다. 이들 만세운동 중 원곡면과 양성면 주민들은 4월 1일과 2일 원곡면사무소를 불태우는 격렬한 만세시위를 전개한 바 있는데, 이날을 기념해 ‘2일간의 해방’이라는 슬로건으로 해마다 3·1절 기념식과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안성시는 1994년 광복 50주년을 기해 안성지역 3·1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안성의 지역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인 ‘중점 관심사업’으로 선정하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이에 따라 안성은 1999년 말부터 3·1운동기념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며, 2001년 추모사당인 광복사를 건립하고 안성지역에서 활동한 순국선열 25위와 애국지사 196위를 봉안했다.
이어 3·1운동기념탑을 건립·제막하는 한편 무궁화동산을 조성하고 같은 해 11월 17일 3·1운동기념관을 개관했다. 94년 전 3·1운동 당시 가장 격렬하게 만세운동을 전개했던 원곡면과 양성면의 만세운동을 안성지역 3·1운동의 상징으로 삼았고, 3·1운동기념관은 시민의 문화공간으로서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지역 정체성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평택시는 어떠한가.
평택은 3·1운동 당시 전 지역, 당시로서는 11개면이 있었는데 이들 전역에서 만세운동이 전개됐음에도 불구하고 3·1운동에 대한 기억과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웃 지역과 비교하는 것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평택은 안성에 비해 광범위하게 그리고 조직적으로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현덕면 계두봉에서 시작된 만세운동은 한 달 반 동안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해방 후 한 일간지에서는 순국한 선열이 58명이나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평택지역의 주민들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갈망했고, 이를 몸으로 실천했다.
그런데 오늘 현재, 평택에서 3·1운동에 대한 기억과 전승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되물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평택은 우리 할아버지들이 독립을 위해 목청껏 만세를 불렀던 그 현장을 기억할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기억과 전승을 할 수 있는 공간 즉 기념관이나 기념탑 등 관련 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다만 평택지역의 첫 만세소리가 울려 퍼졌던 현덕면 계두봉과 진위면사무소에 있는 조그만 기념비가 유이하다.
필자가 평택에서 생활한지도 벌서 20여 년이 되어 가는데 3·1절 기념식을 가져본 적이 없다. 아마도 전국에서 유일한 현상이 아닌가 한다.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94년 전 우리 지역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일본 헌병들의 감시를 받으면서도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는데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지난해 평택 3·1운동의 발상지인 계두봉 인근에 기념비가 건립됐고 두 해에 불과하지만 기념식을 진행해 오고 있다. 지난 3월 9일 오전 이곳에서 3·1운동 기념식을 갖고 재현행사도 했다. 이날 지역 유지들이 참석해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한다.
평택3·1운동의 발상지인 현덕면 권관리 계두봉 일대인 평택호에 관광단지가 새롭게 조성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택호관광단지 일대에는 평택농악을 상징하고 이어가려는 한국소리터를 비롯해 평택호예술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물들이 있어 시민들에게 평택의 문화와 여가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성화 돼가고 있다. 이들 문화 및 여가 공간과 연계해 평택지역 3·1운동, 나아가 민족운동의 교육장으로 기념관, 기념탑 등을 포함하는 ‘3·1기념공원’ 조성을 제안해 본다.
3·1운동에 참여했던 ‘평택인’의 정신이 올바르게 드러날 때 평택이 진정한 ‘세계 문화 일류도시’로 나가는 발판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성주현 교수
청암대학교 연구교수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