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개발만을 위한
폐쇄가 아닌
인권침해 받은 사람을 위한
집결지 폐쇄가 되길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1992년 동두천 기지촌에서 미군에 의해 엽기적으로 살해당한 윤금이 씨 사건이 있다. 현재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이 사건은 기지촌여성이 얼마나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알려지게 된 사건이었다. 사실 그 전부터 기지촌여성에 대한 폭력피해사례는 많았지만 드러나지 않았고, SOFA 협정 등의 핑계로 경찰 수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윤금이 씨 사건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묻힐 뻔했던 사건은 여러 시민단체의 공동행동으로 드러났다. 가해자 미군을 한국 법원에서 재판받게 하고 처벌받을 수 있게 했다.

윤금이 씨 사건은 열악한 기지촌여성들의 삶이 드러남과 동시에 미군 범죄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운동의 방향은 안타깝게도 점점 기지촌여성이 침해받은 인권을 드러내는 활동보다는 미군주둔반대운동으로 활동이 더 주목되었다. 그 결과 윤금이 씨 사건 이후에도 기지촌에서는 기지촌여성의 폭력피해사례와 살해 사건들이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았다. 현재 몇 단체만이 기지촌여성 인권을 위한 활동을 이어가며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가 지난 5월 31일 완전폐쇄를 알렸다. 그리고 평택역 성매매집결지 ‘삼리’에 대한 폐쇄 논의가 시작되었다. 폐쇄 진행 과정은 수원역 집결지를 폐쇄하는 과정과 같아 보인다. 개발을 위한 민간업체가 들어와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원과 다르게 평택에는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없기 때문에 상담소 설치까지 집결지 폐쇄 계획에 함께 논의되고 있다.

사실 다른 지역과 비교한다면 수원과 평택은 늦은 편에 속한다. 이미 춘천, 대구, 인천, 전주에서 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되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두 곳은 성 구매자들의 관심 대상이었고 희롱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 두 곳은 도시개발계획에 맞춰 지자체와 경찰 그리고 시민단체로부터 주목받기 시작되면서 늦었지만, 폐쇄를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수원역 집결지 폐쇄에는 여러 기사가 쏟아졌다. 그 기사 안에는 집결지가 있었던 곳의 개발 계획들만이 담겨있었다. 집결지 안에서 인권을 침해받은 여성들의 이야기 또는 여성들의 인권에 힘쓰고, 지원하는 등 노력한 흔적들을 다룬 기사는 보이지 않았다. 여성들 개인의 삶을 노출하기 어렵고 비밀유지로 인해 기사화되지 않은 것이 예상되지만, 그럼에도 단순히 그저 집결지 폐쇄를 했고 어떤 도시개발을 할지에만 집중된 기사를 접했을 땐 그 안에서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앞서 말한 윤금이 씨 사건에서 안타깝게 생각했던 운동의 방향처럼 평택역 집결지 폐쇄 과정에서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도시개발계획을 위한 폐쇄라기보다는 그 안에서 인권침해 받은 사람을 위한 집결지 폐쇄로 방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도시개발로 그곳이 집중되었고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집결지 폐쇄가 접근하기 쉬워 자연스럽게 방향이 잡힌 것이 사실이고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집결지 폐쇄를 위해 지자체와 경찰, 성매매피해상담소가 함께 하고 있다. 그것만으로 집결지 폐쇄는 단순히 개발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집결지 폐쇄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그 안의 실정을 알고 무엇을 위한 폐쇄임을 기억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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