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 ‘청년기본조례’ 시흥시를 찾다

 

시흥시청년지원센터, 기관별 청년 지원 역할 분담
공간 조성 ‘수요조사’ 프로그램 기획 ‘지속적 소통’
평택시, 관련 기관 역할 분담·청년 의견 취합 중요

 

‘평택시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한 평택청년지원센터가 올해 7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평택지역 청년 여섯 명으로 구성된 ‘청년정책연구소’는 평택시의 지원으로 시민들에게 청년지원센터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평택 청년문화 증진 등 청년정책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정책연구소는 이를 위해 서울, 부산, 광주, 성남, 시흥, 창원, 순천 등 전국 각지의 청년지원센터를 방문하고 시설 운영현황, 청년정책 등 운영 전반을 살폈다. <평택시사신문>은 청년정책연구소가 답사를 통해 직접 작성한 기획기사를 연재함으로써 청년지원센터의 필요성과 그 방향성을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 시흥시청년스테이션 코리빙랩

■ 청년이 함께 만드는 도시
    시흥시청년지원센터는?

“청년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는 어떤 모습일까?” 시흥시청년지원센터인 ‘청년스테이션’의 개소식에서 진행한 토론회 주제다. 청년스테이션이 지역청년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만큼, 해당 주제에서 청년스테이션의 운영 기조와 설립 취지를 엿볼 수 있었다. 평소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유입돼 지역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했기 때문에, 본 주제를 듣고 시흥시청년센터 공간 구성과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시흥시는 지자체 최초로 주민이 주도해 ‘청년기본조례’를 공포한 바 있어 시흥시청년지원센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청년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고 나아가 지역현안 해결에 청년들이 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센터 공간은 어떻게 구성했고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시흥시에는 청년스테이션 이외에도 ‘청년협업마을’이라는 창업지원 중심 청년지원센터가 북부권역에 위치해 있다. 청년협업마을과 청년스테이션 양 조직 모두 커뮤니티 조성, 공간 대여, 교육과 프로그램 진행, 창업 지원 등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었다. 다만, 청년협업마을은 입주기업과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위주로, 청년스테이션은 커뮤니티 조성과 공간 대여, 교육과 프로그램 진행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평택시에도 기존에 ‘청년창업지원센터’가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지고 입주기업 혜택 외에는 청년창업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청년협업마을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 현황을 조사해 새로 개소할 청년지원센터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지점은 없을지 역시 조사해보기로 했다.

 

▲ 시흥시청년스테이션 2층 휴식공간
▲ 시흥시청년협업마을 1인 미디어 창작공간

■ 청년을 위한 창작·창업 놀이터
    ‘청년협업마을’

처음 방문한 곳은 창업 지원을 주목적으로 운영하는 ‘청년협업마을’이다. 청년협업마을은 ‘ABC행복학습타운’이라는 평생학습관 내부에 위치해 있고, 모두 다섯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청년기업들이 입주해있는 열림관 가치관과 여러 프로그램과 교육들이 이루어지는 창작 공간, 모임·휴식을 위한 오픈라운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창작 공간의 경우 가구, 가죽공예를 비롯해 영상, 시각 디자인, 사진 촬영, 밴드 연습 등 다양한 종류의 창작을 가능하게 하는 시설이 있었다.
청년협업마을의 운영 초기에는 시흥시 인근에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이 없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실질적인 성과도 많이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는 창업 지원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시흥창업센터’가 운영되고 있으며 대기업에서도 창업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협업마을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적어진 상황이다. 대기업 창업 프로그램과 비교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협업마을 프로그램은 규모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게 됐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청년협업마을을 답사하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창업’이 아닌 ‘창작’ 분야 프로그램들이었다. 청년협업마을은 색다른 경험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와 가구, 가죽공예, 인테리어 소품 등의 창작기술을 익히는 정규과정, 그리고 영상, 시각 디자인을 교육하는 크리에이터 입문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만에 끝내는 체험성 프로그램부터 몇 달에 걸친 전문적 기술 교육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창작 프로그램의 경우 기존에는 무료로 진행했으나 노쇼가 많이 발생해 현재는 재료비만 받고 있다.
이지예 청년협업마을 주무관은 “협업마을이 겪은 변화를 고려할 때, 평택시 청년들이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각종 프로그램과 시설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있는지 제대로 조사한 후에 공간 구성을 기획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기존 ‘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 청년센터 일부를 창업지원센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공간으로 대여해주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평택시청년창업지원센터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었다.

 

▲ 시흥시청년협업마을 가구 창작공간
▲ 추동균 시흥시청년스테이션 주무관

■ 청년이 머물다 가는 청년커뮤니티
    ‘청년스테이션’

시흥시에서 방문한 두 번째 청년지원센터는 청년들이 스스로 자생하고 성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네트워킹, 참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청년스테이션이다. 공간 대여와 프로그램 운영이 주목적으로 벽면에는 ‘지구의 날’ 행사에서 화장품으로 그린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복도에는 ‘청년농장’ 프로그램의 흔적으로 화분들이 즐비했다. 또한 ‘청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한 청년공간’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언제라도 방문해 자유롭게 개인작업, 모임회의, 휴식을 하도록 공간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청년스테이션에 들어가 처음으로 마주한 공간은 센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CO-Living Lab 코리빙랩’이었다. 1층은 개인공부, 팀 작업, 회의 등의 목적으로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많은 수의 책상과 다양한 형태의 독립공간이 구성돼 있었다. 또 공용PC와 프린터기가 비치돼 있었는데, 1인당 10장까지 무료로 인쇄할 수 있어 인근 대학 재학생들을 포함해 출력이 급히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배려도 엿볼 수 있었다.
2층은 빈백 소파와 푹신한 쿠션, 담요들로 가득 차 있어 ‘온몸을 던질 휴식처’라는 콘셉트에 충실한 공간이었다. 빈백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청년들도 볼 수 있었는데, 다양한 작업 형태에 대한 선호를 존중하는 포용적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외에도 독립된 공간에서 팀 회의가 가능한 ‘커뮤니티룸’, 20인 규모 강의를 진행할 수 있는 공유주방 ‘소담키친’, 면접 사진 촬영과 면접 체험이 가능한 ‘소담라운지’, 다목적 공간인 ‘청년활력공간’으로 구성돼있다.
청년스테이션은 코로나19로 그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다가 지난 4월 초부터 다시 진행하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자산관리 토크콘서트, 도자기 메이킹, 청년농장, 도시락케이크 원데이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전부 대면수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인원수는 10명 또는 15명만 모집하며, 인터넷 접수는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는 노쇼 방지를 위해 재료비 일부 정도만 강사에게 직접 입금하는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추동균 주무관은 청년스테이션이 시흥시 인구 구성의 20%를 차지하는 청년층이 살면서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더욱 자세히 그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기관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청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조치로, 청년지원센터에 방문하는 청년에게 상시로 설문을 진행하고 청년매니저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 운영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 시흥시청년지원센터가
    평택시에 주는 시사점

시흥시는 지자체 최초로 청년이 제안해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된 도시다. 
평택시와 인구수가 비슷하고 권역별로 생활권이 나뉘어 있다는 면에서는 유사하나, 권역 간 이동할 수 있는 대중교통 여건이 좋은 편이며, 세 곳의 청년 또는 창업 관련 시설이 있다. 북부에는 커뮤니티와 공간 대여, 교육과 프로그램, 창업 지원의 기능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 ‘청년협업마을’이 있고, 남부에는 커뮤니티와 공간 대여, 교육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청년스테이션’과 5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해있는 ‘시흥창업센터’가 위치해있어 굳이 타 권역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
한정된 예산으로 다양하고 복잡한 청년들의 니즈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러한 고민에서 출발해 얻은 ‘재료비 만원의 행복’, 상시 설문, 청년 매니저를 통한 지속적 소통 등의 시도는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답사를 통해 사용자인 청년과의 끊임없는 소통과 대화를 위해, 청년매니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체감했다.
평택시청년지원센터는 위탁업체가 운영할 예정이므로, 청년 의견을 취합해 목소리를 낼 청년 대표의 역할이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새로 개소할 평택시청년지원센터를 통해 청년과 지역이 지속가능한 상생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꿈꿔본다. 또 성공적 청년정책으로 지역현안 해결에 앞장설 만큼 여유 있는 청년의 모습 역시 기대해본다. 이는 결국 진정한 의미의 지역 ‘공동체’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 글·황지선
청년정책연구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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