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환대문화가 
고려인의 생존을 도운 것처럼 
우리사회에도 
다시 환대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 정재우 대표
가족행복학교

벌써 10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름휴가를 이용해서 카자흐스탄으로 의료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다. 친구의 권유로 ‘용인생명의 전화’ 단체에서 떠나는 봉사팀에 자원하여 합류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목사, 행정과 보조팀원으로 구성된 20여명이 준비모임을 여러 차례 가진 후 인천국제공항을 떠났다.

장시간 비행하고 알마타공항에 도착한 일행은 대기하고 있던 중형버스에 옮겨 타고 다시 봉사할 도시로 출발했다. 이동하는 서너 시간 내내 광활한 평원이 펼쳐졌다. 평원에는 방목하는 말과 소들, 이들을 지키는 목부들과 ‘율따’라고 부르는 텐트를 자주 볼 수 있었다. 숙소로 사용하는 현지교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고 다음 날부터 봉사할 마을을 찾아 그곳 교회에서 사흘 동안 많은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다들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 날 하루는 시간을 내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찾아본 곳은 1937년 옛 소련정책에 의해 극동지역 고려인을 카자흐스탄에 강제로 이주시켜 정착하게 한 고려인 옛 삶의 터전과 고려인 선조가 묻힌 묘역이었다. 

17만 명이나 되는 고려인들이 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강제로 이주 당했다고 한다. 초기 정착할 때는 토굴을 이용해 움막을 짓고 추운 겨울을 나야했고 이듬해부터 현지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악착같이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했지만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환대문화 덕분에 수백 마리의 소와 양식을 얻었고 씨앗도 무상으로 얻어 농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고려인들은 소금 땅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고 그 기술을 현지인들에게 가르쳐 주면서 차츰 그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정착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정착하기까지 중앙아시아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가지고 살아왔던 환대문화의 덕을 크게 보았던 것이다.

정부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은 240만 명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약 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을 이주민에게 의존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단일문화를 넘어서서 다문화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외국인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가? 또한 3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직도 사회적 차별이 심하다. 임금체불과 최저임금 보장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노동현장에서 숙련공이 되어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또 그들의 가족들을 불러들여 이곳에 정착하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도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교육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공교육기관에서 탈락하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다문화 국제대안학교들이 세워졌지만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앞으로 이민자들과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미래 산업 생산구조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저들을 잘 육성하여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인재로 활용해야하는데 지금 저들은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환대문화가 고려인의 생존을 도운 것처럼 우리사회에도 다시 환대문화를 회복해야 한다. 옛 조상들이 남겨준 환대문화의 정신을 회복하고 선진국 국민의 권리를 그들과 동일하게 나누어 가진다면 환대문화로부터 세계시민의식도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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