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청년정책에서 활로를 찾다

 

청년의 실력과 열정으로 지역의 가치 살려내야
1913송정역시장, 청년이 살린 ‘지역경제 브릿지’
지역-청년 간 상생 필요, 평택청년지원센터 주목

 

‘평택시 청년기본조례’에 근거한 평택청년지원센터가 올해 7월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평택지역 청년 여섯 명으로 구성된 ‘청년정책연구소’는 평택시의 지원으로 시민들에게 청년지원센터를 홍보하는 것은 물론, 평택 청년문화 증진 등 청년정책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청년정책연구소는 이를 위해 서울, 부산, 광주, 성남, 시흥, 창원, 순천 등 전국 각지의 청년지원센터를 방문하고 시설 운영현황, 청년정책 등 운영 전반을 살폈다. <평택시사신문>은 청년정책연구소가 답사를 통해 직접 작성한 기획기사를 연재함으로써 청년지원센터의 필요성과 그 방향성을 시민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신평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개최 ‘평택, 청춘을 담다’ 행사 포스터

 

■ 지역의 가치를 청년으로부터
‘평택, 청춘을 담다’

지난 5월 11일 평택시 합정동 씨루나카페에 40여 명의 청년·시민이 모였다. ‘로컬의 가치를 발견하다’라는 부제를 가진 이 행사는 신평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연 자리였다. 도시재생과 관련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이곳에서 나눴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가 이날 평택을 찾아 강연했다. “로컬은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하는 그의 저서로는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골목길 자본론> 등이 있다.
각종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한 윤주선 연구위원은 “로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과 콘텐츠가 아니라 실력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각종 도시명소를 디자인한 박상준 건축사는 “길을 터서, 사람을 얻었다. 이를 통해 가치를 높이는 공간 브랜딩이 가능했다”는 자신의 성과를 나눴다.
필자는 앞서 글머리에 ‘로컬의 가치를 발견하다’라는 부제를 소개했는데, 이 행사의 정식 명칭을 지금 소개하기 위해 아껴뒀다. 도시재생 최고 전문가들의 말을 두루 살펴도 느껴지겠지만, 길을 터서 사람을 얻고, 머물고 싶은 동네로 만드는 것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실력과 열정을 동원할 수 있는 청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행사는 ‘평택, 청춘을 담다’라는 주제로 이뤄졌다.
정장선 평택시장 역시 그러한 취지에 공감해 본 행사에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신개념 청년 일자리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역량 강화와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을 통해 로컬크리에이터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상권에 독특함을 부여하는 것은 문화의 힘이다. 통통 튀는 문화의 힘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동시에 경험한 창의 세대, MZ세대에게 있다. 단지 젊은 정치인 한 명이 당 대표가 됐을 뿐인데, ‘따릉이 출근’에서도 볼 수 있듯이 뻔한 정치판에 새로움과 창의성이 더해졌음을 우리는 본다. 변화에 둔감한 정치판에서도 그럴진대, 지역 경쟁력이 곧바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골목경제·지역경제의 영역에서 더 많은 청년의 참여, MZ 감수성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 1913송정역시장의 익살스런 공공미술




■ 청년과 함께 부활한 지역경제
‘1913송정역시장’

‘평택, 청춘을 담다’ 행사에서 필자가 가장 인상 깊게 봤던 사례는 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이었다. 정장선 평택시장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청년 일자리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로컬크리에이터’가 어떻게 골목상권과 지역을 바꿨는지 윤현석 컬처네트워크 대표는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리고 필자는 들은 것만으로는 아쉬워서 직접 그곳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1913송정역시장은 KTX가 지나는 광주광역시의 관문 광주송정역 앞에 있다. 역에서 가깝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55개 점포 중 30% 이상이 문을 닫은 ‘죽은 상권’이었다. 광주송정역에 드나드는 여행객이 많았지만,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잠시 들르는 곳일 뿐 특색은 없었다.
그런데 그곳이 변했다. 청년 창업자들은 공모로 선발돼 디자인 숍, 베이커리, 로컬 브랜드 편집숍, 수제맥주 가게 등을 창업했다. 청년 창업자는 물론이고 기존 상인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멘토링과 디자인 지원이 이어졌다. 여기에 2015년부터 1년간 15억 7000만 원이라는 재정이 투입됐다. 청년에게 사실상의 총 책임을 부여하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자, 그 결과는 각종 수상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금 1913송정역시장은 일정을 마치고 열차를 타기 전 남는 시간에 한 번쯤 들를 수 있는 명소가 됐다. 이곳이 살아나자 평택역, 통복시장과 비슷한 거리와 성격을 가진 광주송정역 앞 송정시장 역시 활기가 돌게 됐다. 지금 통복시장에서도 접근성이 가장 떨어지는 외진 곳의 ‘평택청년몰’이 지지부진한 데다 ‘통복시장 살리기’ 목표로 채우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다. 신평지역 구도심의 도시재생과 골목상권 활성화는, 평택역과 통복시장 사이를 연결하는 브릿지가 될 수 있다.
그 브릿지에 해당하는 위치, 평택동 60-5번지에 ‘평택청년지원센터’가 생긴다. 이는 청년정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신평지역 도시재생 사업을 포괄하는 평택역광장 리모델링·재구조화 사업 차원이기도 하다. MZ세대는 청년센터에서 모여 사업계획을 인큐베이팅할 것이다. 이로 인해 나온 다양한 창업·지역발전 아이디어는 고스란히 평택역 앞 구도심 지역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실현될 수 있겠다. 평택청년지원센터에서 청춘의 성장과 평택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울산광역시 중구 청년창업자 공간 디딤터

 

■ 지방도시의 청년 인구 이탈
‘지역-청년 상생의 그림’ 필요

필자는 평택청년지원센터의 명칭 속 ‘지원’이라는 단어가 평택에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일방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에게 이뤄진 ‘지원’은 청년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시 평택으로 돌아올 것이다. 평택은 청년을, 청년은 평택을 지원하는 쌍방 상호 상생의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필자는 1913송정역시장 외에도 울산대학교 대학가 앞에 위치한 울산광역시청년센터 ‘청년공공’을 방문했다. 이어 청년창업가를 위해 기존 여관 건물을 개조해서 사무실을 내어주고 각종 지원을 해주는 울산광역시 중구의 ‘디딤터’도 방문했다. 손근호·안도영 울산광역시의회 의원과도 간담회를 가졌다.
울산이라는 도시는 인접 거대도시 부산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해 부산으로의 교통망 확충이 자칫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이런 고민은 그 이후에 찾은 김해시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김해시는 55만 규모의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에서 평택시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지역경제를 이끌 20대는 부산으로의 인구 이탈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김해시 청년인구 자체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통계에 함정이 있었다. 바로 결혼해서 부산이나 창원에 직장을 두고 출퇴근하는 30대 인구가 늘어 그런 것이었을 뿐이었다. 그들은 지역에 살지만, 이는 집값 때문에 그렇고 실제 직장이나 생활은 인접 대도시에서 누리고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김해 인제대 앞 상권이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이 골목상권은, 김해경전철 개통 이후 부산으로의 접근성이 향상되자 쇠퇴하게 됐다. 거대도시에서 손쉽게 더 뛰어난 문화여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니 가까운 상권이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도시를 계속해서 발전시켜나갈 청년들이, 지역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지역의 장기적 발전을 만들어내긴 어렵다. 우리와 인터뷰한 전국적으로 각광받는 20대 김해시 창업가 김원진 비추다 대표는 별수 없이 서울로 사업장을 이전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고용한 세 명의 청년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의 각별한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없다면, 청년창업가들은 지역을 떠나 거대도시로 향할 것이다.

 

▲ 손근호 울산광역시의회 의원과의 간담회
▲ 울산광역시청년센터 청년공공 담당자와 간담회

 

 

■ 청년과 함께하는 도시 성장
‘평택청년지원센터’ 역할 주목

평택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 조건은 김해와 비슷하다. 김해시가 부산에 종속돼 있듯 평택시는 오랫동안 인근 거대도시 수원에 많은 기능을 맡겨두고 있었다. GTX-C노선을 평택지제역까지 연장하겠다는 계획은 평택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접근성이 훨씬 향상된 서울로의 ‘빨대 효과’를 가속할 것이다. 집값이나 일자리 때문에 평택에 살 뿐이지 문화·여가를 비롯한 일상생활은 물론이요, 아이디어 중심의 창업 등은 다른 도시에 맡기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된다면 도시의 지속 가능한, 건강한 성장이 어려워진다.
성장하는 평택시는 멀리서 보면 발전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가까이서 보면 ‘구도심 소멸’ ‘동네상권 소멸’ ‘소규모 아이디어창업 소멸’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는가. 청년층에게 과감하게 권한을 주고 그들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평택청년지원센터의 역할을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다.

▲ 작업 현장에서 청년창업가 비추다 김원진 대표와 대화

 

 

 

 

 

 

 
▲ 글·정국진
청년정책연구소 대표
평택시청년네트워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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