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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이정록, ‘의자’ 전문 -

 

 

 

세상 만물이 저 혼자 우뚝 서 있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서로의 ‘의자’가 되어준다. 나무와 풀, 새와 나비, 동물과 자연, 그것을 아우르는 우주까지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이 그러하다. 그 속에 사람이 있다. 사람이 자연의 품에 안길 때 자연은 기꺼이 사람이 쉴 수 있는 ‘의자’가 되어 준다. 연약한 열매가 자랄 수 있도록 똬리를 받쳐주고, 고춧대를 세워주면서 비바람에도 잘 버틸 수 있도록 자연에게 ‘의자’를 내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람’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의자’가 되어 살아간다. 그래야 힘들고 험한 세상을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 부모는 어린 자식의 ‘의자’가 되고, 자식이 자라면 부모의 ‘의자’가 되고,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기꺼이 서로가 기대 쉴 수 있는 ‘의자’가 되는 것, 그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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