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外/자음과모음

 

 

   
▲ 박원진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 7명이 반려동물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7개의 단편소설로 묶어 출판한 청소년 도서이다. 어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반려동물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고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단편집이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없더라도 소설 자체가 주는 SF적인 요소가 가득한 재미 넘치는 단편집이다.

<왜 자꾸 나만 따라와>를 읽고 나서 다음 세 가지가 생각났다. 내가 처음으로 새끼 때 만나 돌보고 떠나보냈던 반려견 다몬이,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 7가지 에피소드 중 하나 <누덕누덕 유니콘>이다.

다몬이는 항상 무엇이든지 때를 가리지 않고 나와 함께 하고 싶어 했다. 한번은 여름 새벽에 잠이 일찍 깨서 다시 잠이 안와 다몬이를 데리고 부락산에 간 적이 있었다. 새벽 일찍부터 밖으로 나가는 게 너무 신났는지 팔랑거리는 꼬리가 헬리콥터 프로펠러처럼 멈추질 않았다. 산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맥도널드에 들러 서로 배고픈 배를 맥모닝으로 채우고 후식으로 소프트 아이스크림 3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먹은 일이 기억난다. 추운 겨울밤에 공부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머리를 좀 식힐 겸 집 현관 계단에 앉아있었는데 말없이 다가와 옆에 기대어 체온을 나눠주던 일도 많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은 정말 큰 책임감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보통 10년 이상을 사는데 태어나면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주인과 교감하고 주인과 함께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다몬이를 좋아하고 무척이나 아꼈지만 아끼는 만큼 책임감은 없었다. 산책을 가거나 놀아줄 때는 언제나 ‘내가 내킬 때’였고, 산책하는 방식도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였다. 다몬이는 멈춰서 오랫동안 공을 들여 여기저기에 묻은 다양한 냄새를 맡고 싶어 했지만 갈 길이 바쁜 나는 항상 “안돼! 빨리 와. 시간 없어 다몬아”라며 다몬이의 가슴 줄을 잡아 당겼다. 한번은 말을 듣지 않는 다몬이에게 너무 화가 나서 축 늘어진 큰 귀를 잡아당긴 적도 있다. 그때 다몬이는 너무 아프지만 마음씨는 착해서 날카롭게 짖지도 못하고 작은 소리로 “낑낑”거리면서 울었다.

<왜 자꾸 나만 따라와>의 7가지의 에피소드 중 최영희 작가의 <누덕누덕 유니콘>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떠나보낸 내 반려견에 대한 미안함과 책임감이 소설 속 주인공 재하가 그렇게 싫어하던 자신의 공생동물 ‘퍼슬’에게 갖게 된 마지막 감정과 닮아서다.  

소설 속에서 퍼슬은 비록 못생겼지만 인간과의 공존을 중요시하는 좋은 성품의 동물이다. 재하나 재하의 친구들이 중요시하는 공생 동물의 특징과 재하의 엄마가 생각했을 때 공생 동물의 특징이 다를 뿐 엄마는 언제나 그랬듯이 재하에게 최고로 좋은 것을 주고 싶었다. 

<왜 자꾸 나만 따라와>를 읽으면서 지난 일을 추억하고, 반성하게 되었다. 이제는 곁에 없는 반려동물에게 미안해하고 잘해주고 싶었다고 표현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인연이 닿아 새로운 반려동물을 만나 키우게 되었을 때 예전에는 몰랐지만 이제 알게 된 지식들, 나이가 들어 성숙함에서 오는 종을 초월한 배려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면 멀리 떠난 친구를 언젠가 다시 만났을 때 “고마워. 니 덕분에 많은 걸 배웠어”라며 안아주고 쓰다듬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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