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이
‘사람’만을 보고
재난을 극복할
정책을 만들어야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쉼터 밖에 있는 내담자 來談者, 한 이주여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코로나19가 격상되는 뉴스를 접하고 본인의 안위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검사하고 싶다는 연락이었다. 우리는 평택에서 이미 2주마다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어 간단한 검사이며, 한국어를 사용할 부분이 많이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그녀가 보낸 사진에는 문진표를 작성해야만 검사가 가능하다는 안내판이 영어와 한국어로만 작성돼 있었다. 이상해서 전화해 보니 그 지역은 확진환자와 접촉이 없다고 해도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하지 못했던 내담자는 우리의 통역 도움으로 겨우 문진표 작성을 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

사례를 통해 코로나19가 모든 ‘사람’에게 위협을 줬지만, 회복 과정에서 특정 집단으로 구분돼 소외와 차별이라는 또 다른 위협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코로나19라는 재난은 안타깝게도 차별이라는 민낯을 보여주었다.

지난해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움츠러든 내수경제를 살리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고 보인다. 그런 긴급재난지원금은 특정 외국인에게만 지급됐다. 다수의 이주민은 이 정책에 속하지 못했다. 한국에는 제조업과 농업 등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많다. 그들의 노동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그들이 생활에서 소비되는 것은 온전히 한국 내수 경제로 돌아가는 것임에도 그들은 특정 외국인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배제됐다. 국가인권위원회 2020년 6월 서울시·경기도의 “재난긴급지원금 정책에서 외국인 주민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권고했다. 이후 서울시와 경기도는 이주민에 대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차별적인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당연시하고 있다.

종종 해외 뉴스를 통해 아시아계 사람에게 코로나라고 부르며, 욕설과 폭력 등 인종차별적 문제에 대한 소식을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별은 비단 해외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도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이주 노동자만을 특정 지어 전수조사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즉, 한국 정부가 나서서 특정 집단을 코로나19 전파자로 낙인찍은 것은 물론,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는 의미다.

그럼 이주민을 위한 활동은 전혀 없던 것인가? 필자는 조금씩 개선된 부분도 있으나 미약하고 여전히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있을 20~40대 백신 접종에서 또 다른 차별이 야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이상 특정 집단을 차별하는 실수가 없길 바라며 몇 가지 제안하고 싶다. 백신 접종에 앞서 국적별 언어로 된 안내가 있어야 하며 이주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담당자가 필요하다. 접종을 위한 신청과 접종 후 혹시 있을 부작용에 대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통역사가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지역별로 어렵다면 전화로 통역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백신 접종 후 강제로 휴무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 대한 행정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등록 이주민의 백신 접종 접근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외국인 주민 수는 221만 명이 넘었다.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충청남도 인구수와 비슷한 규모다. 즉, 재난 극복에는 외국인, 내국인으로 구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전염성이 높은 코로나19의 경우 차별적 백신 접종으로 외국인을 구분한다면 모두 바라던 안전한 삶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사람’에게 가해진 재난이다. 즉, 차별 없이 ‘사람’만을 보고 재난을 극복할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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