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기후위기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범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이번 여름은 “어제보다 덥다” “올 들어 가장 덥다”는 말을 반복하며 지냈다. 전문가들은 올여름이 역대급 폭염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폭염의 원인은 ‘열돔 현상’이다. 한국이 열돔 현상으로 전국 곳곳에서 정전과 단수로 인한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전 세계 곳곳에서도 산불,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에만 세계 26개국에서 260건 이상의 최고 기온이 기록됐다.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대재앙의 시대다. 지난 200여 년 동안 우리 인간은 대기온실가스를 뿜어내면서 지구 평균 기온을 1°C 올려놓았다. 1°C 정도라고 생각하겠지만 1°C 상승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폭염, 한파, 슈퍼태풍, 해수면 상승, 생물 멸종 등의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2018년 우리나라 기상관측 역사상 최악의 폭염, 2020년 우리나라 역대 최장기간인 54일간의 장마. 중국, 일본 전역의 거대한 홍수. 북극과 남극의 빙하 소멸. 그리고 폭염, 한파. 이런 것들이 마치 일상이 된 것처럼 재난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1997년 교토 의정서가 만들어졌다. 교토 의정서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이 먼저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 이후에 중국이나 인도, 대한민국 등 당시 개발도상국이라고 했던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다. 그래서 2015년도에 다시 약속을 하게 된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온실가스를 줄이자. 이건 선진국만이 온실가스를 줄여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전 세계 200여 개 국가는 각각 온실가스를 줄이기로 한 양을 가지고 있고 지금 우리는 그 양을 줄이기 위해 실천을 해야 된다. 그 실천 최종 목표치가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에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2050년까지 이뤄야 한다. 탄소중립사회를 만들려면 가장 먼저 에너지 분야에서는 30년 안에 석유, 석탄, 가스와 같은 화석 에너지를 쓰지 않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에서 11위, 열한 번째로 많이 뿜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화석에너지를 태워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 세계에서 7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꼭 이런 비판이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더 줄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면서 2021년 현재까지 아홉 개의 거대 산업단지가 들어섰거나 조성공사 중이다. 화력발전시설 또한 네 곳이나 있으며, 평택시 면적의 5.4%를 차지하는 두 곳의 미군기지가 있다. 모두 ‘미군기지이전특별법’으로 인해 생긴 것이며 모두 석유, 석탄, 가스를 태워서 운용되는 곳이다. 평택의 미군기지 두 곳 주변지역은 석유계열 원료인 벤젠, 다이옥신, 톨루엔, 탄화계수소 등의 물질로 심하게 오염돼 있다. 2018년과 2019년 환경부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하지만 미군은 책임은커녕 오염원 제거를 위한 협조에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또한 외교와 국방을 이유로 석유와 화석연료 이용에 따른 기후변화의 책임으로부터 미군은 가장 멀리 비켜나 있다. 교토 의정서에도 군사 활동은 온실가스 저감 의무에서 제외됐다. 미군은 누구보다 많은 석유를 구매하는 집단임에도, 정확한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군은 페루 또는 포르투갈 등 하나의 국가 전체가 배출하는 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평택의 미군기지 중 한 곳은 해외주둔 미 육군기지 중 최대 규모이며, 다른 한 곳은 공군기지로 매일 40여 대의 전투기가 비행한다. 매일 어마어마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지금껏 우리의 안전을 군대가 지켜준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2020년 이후 세계적 기후위기와 코로나19로 군대가 기후위기를 만들어내는 주범일 수 있다는 예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제는 기후위기의 책임을 군대에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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