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

 

 
▲ 유광수
평택시민

‘늙으면서 어른이 되어라’ 최근 친구로부터 받은 카톡 문자의 제목과 내용이다. 즉,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른은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노인은 몸과 마음이 세월에 따라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자신을 가꾸고 스스로 젊어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좋은 덕담을 해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 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르는 척 겸손하고 느긋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대가없이 받기만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활발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노인은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그 물건을 재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노인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른은 그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인이 많으면 사회가 병약해지지만, 어른이 많으면 윤택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패하는 음식이 있지만 사람에게 이롭게 발효되는 음식이 있듯이 사람도 나이가 들수록 노인이 되는 사람과 어른이 되는 사람이 있다. 노인은 나이를 날려버린 사람이지만 어른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숙해진다.

요즘 식생활의 발달과 의학의 발달로 노인의 평균수명이 늘어 100세 시대가 되어간다. 우리 주변에도 고령인구가 점차 증가되는 추세이다. 나 자신이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온갖 격변기를 거쳐 배고픔과 갖은 고생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내 나이는 어느덧 팔십 고개를 넘었고, 예나 지금이나 나는 노인 소리 듣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지역 언론에 어떤 노인회장이 여직원을 성추행하여 피해자 세 명으로부터 경찰에 고소를 당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은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 진실이 가려질 것이고 이에 대해 합당한 사법당국의 판결 결과에 따라 시시비비를 논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 사건의 당사자들에게는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사건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에서 존경받아야 할 어른이 되어야 할 노인들이 제발 ‘노인’이 아닌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존경받길 바란다. 또한 피해를 당하고 끝내 견디지 못해 경찰에 고소한 피해 당사자들에게는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으로서 우선 위로의 말을 드리고자 한다.

끝으로 ‘과전불납리 瓜田不納履’ 우리 모두 남의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이하부정관 李下不整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경구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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