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린/작가정신

 

 

   
▲ 김정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나에게 ‘작가’의 일은 동경의 대상이자 신비스러운 창작의 행위이다.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심오한 작업인 글 쓰는 행위가 매일을 빵 굽는 마음과 같다니. 부제부터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백수린 작가의 산문집은 갓 구은 빵 처럼 따뜻하고 담백하며 깊은 맛이 있다.

작업 전, 차를 우리는 시간은 나에겐 기조의 시간이다. 그저 하얀 사각 종이를 사랑했던, 쓰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황홀했던 청순한 마음을 다시금 불러오는 시간,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소설을 쓰기 전에 책상을 치우고, 차를 우리고, 마들렌과 어울리는 아름다운 접시를 골라 책상 위에 올려둔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의 말이 타인을 함부로 왜곡하거나 재단하지 않기를.

내가 타인의 삶에 대해 말하는 무시무시함에 압도되지 않기를.

나의 글에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나의 글이 조금 더 가볍고 자유로워지기를. 

그리하여 내가 마침내 나의 좁은 세계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가닿을 수 있기를. p.105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뿐만 아니라 단편, 중편 소설과 번역서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백수린 작가는 요즘 주목받는 젊은 작가이다. <폴링인폴> <오늘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여름의 빌라> <친애하고 친해하는>등에서 작가는 소박하지만 밀도 높은 이야기를 그 특유의, 단아하지만 울림있는 문장들로 풀어낸다. 

여성스러우면서도 가냘프지 않고 흘러넘치지 않을 만큼 딱 알맞을 만큼이 그의 소설에서는 느껴진다.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은 책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가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 서평을 빵과 이야기를 엮어 정갈하게 담아낸다. 사회학과 멜론빵, 샌드위치와 필립로스의 울분,  옥수수빵과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까지 언뜻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빵과 글의 하모니는 묘하게 어우러지며 여운까지 남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읽을 도서 목록이 두 페이지나 늘어나 있었다. 잘 쓰인 서평이면서 잘 읽히는 산문집이기도 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소설가의 신성한 일이, 매일 문장을 굽고. 따듯한 온기를 담는 ‘글 짓는 작업’임을 작가는 말한다. 그리고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을 읽은 나는 그것이 따뜻하고 다정하고 매우 고맙다.

이상하고 슬픈 일투성이인 세상이지만 당신의 매일 매일이 조금은 다정해졌으면. 그래서 당신이 다른 이의 매일매일 또한 다정해지길 진심으로 빌어줄 수 있는 여유를 지녔으면. 세상이 점점 더 나빠지는 것만 같더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안녕을 빌어줄 힘만큼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을 것이므로. 

- ‘작가의 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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