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꽃님/우리학교

 

▲ 이윤정 사서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

2017년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의 작가 이꽃님의 새로운 장편소설 <죽이고 싶은 아이>. 표지에 있는 한 줄의 문구가 시선을 사로잡고, 그 안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17세 소녀가 유력한 용의자입니다”

단짝 친구였던 서은과 주연은 하루아침에 피해자와 가해자로 뒤바뀐다. 어느 날 학교 건물 뒤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서은. 그리고 단짝친구였던 주연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주연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날의 기억이 사라졌고, 주변의 대부분 인물들은 주연이 서은을 죽였을 거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서은이 살아있을 때 주연이 서은을 괴롭히고 있었다고 말하는 주변사람들의 이야기. 가족도, 친구들도 주연을 믿어주지 않고 단순한 의심을 넘어 모두가 주연이 가해자라고 확신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기억이 사라진 주연은 본인조차 본인이 서은을 죽였는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이 점점 사라져간다.

소설은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의 인터뷰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와 주연, 변호사 등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전개되는데, 인터뷰를 하는 같은 반 친구들, 학원 선생님, 자주 가던 편의점 주인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연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주연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보니 주연 스스로도 본인에 대해 계속해서 의심하고, 심지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마저 주연을 의심하게 만든다.

과연 서은을 죽인 사람은 주연이 맞을까? 소설을 읽는 나조차도 과연 누가 진짜 주연을 죽인걸까 계속해서 의심했다. 진짜 주연이 서은을 죽인 것인지, 다른 가해자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무서운 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이 책이 단순히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착각할 만큼 소름 돋게 우리의 현실과 닮아있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팩트는 중요하지 않아. 사람들이 믿는 게 더 중요하지”

소설 속 이 짧은 문장은 너무도 무섭게 다가온다. 과연 진실이란 무엇일까? 보이는 대로, 듣고 싶은 대로,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면 그냥 진실이 되어버리는 걸까? 우리가 지금 믿고 있는 것들은 과연 진실일까? 그냥 내가 그렇게 믿고 싶어서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소설은 진실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종종 진실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진실은 사실 그대로인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이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에 드러난 작가의 의도가 이 소설 속에 정확하게 반영되었다. 가짜뉴스, 확인되지 않은 루머,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 과연 진실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보며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판단해서 진실이라고 떠들고 다니지는 않은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면서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잘 녹여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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