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법 제·개정으로
피해 당사자가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가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범죄에 위장 수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그루밍’을 하다가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수사 과정 중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겠지만 온라인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신고 없이도 수사기관에서 스스로 수사를 한다는 것에 환영하면서도 처벌 수위가 여전히 낮은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당사자는 피해로부터 회복되지 못한 채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쉼터 내담자의 비자 연장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내담자는 자신에게 성적 착취와 신체적 폭력을 가했던 업주를 보았다. 그 업주 또한 같은 국가의 이주여성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한 상태에서 비자 연장을 위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했던 것이다. 업주와 눈이 마주친 내담자는 급하게 화장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내담자는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울먹이고 있었다. 동행한 활동가가 옆에서 보호할 수 있음에도 여성은 업주를 보는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빨리 그곳에서 나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내담자는 계속해서 온몸을 떨고 있었고, 경직되어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필자와 다른 활동가 그리고 같이 지내고 있는 내담자가 도착하고서야 여성은 쉼터로 이동할 수 있었다. 하지만 쉼터에 와서도 계속해서 몸은 떨고 있었고 숨이 넘어가는 울음은 도저히 멈춰지지 않았다. 급하게 구입한 안정제를 복용한 후 몇 시간이 지나서야 그나마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우리는 과연 성매매·성착취피해 당사자의 삶을 감히 상상 할 수 있을까? 법이 일부 개정되고 또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연 피해당사자의 삶이 개선되고 새로워질 수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성착취·성매매피해 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 피해를 받고도 신고할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들은 대부분 본인의 인권을 포기한 채로 그 상황을 견디거나 탈출해 본국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돌아가는 여성들은 모든 피해 내용을 한국에 묻고 떠난다. 그렇게 여성들은 평생 남을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난다. 이주여성 사례로 국한했지만, 선주민 성착취·성매매피해 여성들의 삶도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여성들은 어디에도 피해를 묻을 수 없으며 살아가는 동안 낙인과 함께 가해자들의 보복에 시달린다.

형사 소송 중인 내담자들의 경우 가해자들의 처벌 내용을 많이 문의한다. 특히 구금된 가해자가 있는 경우 얼마나 구금돼 있을 것인지 여러 번 확인한다. 구금 기간이 짧은 경우 낙담한 내담자들의 모습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사실에 대한 손해배상이 있어야 한다. 그 손해배상은 금전적인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이 바라는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처벌되고 그들의 부당한 이익이 몰수되길 바라는 것이다. 또한 자신과 같은 국가의 여성이 더 이상 한국에서 피해 받지 않도록 정책이 세워지길 바라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예정이다. 느리지만 정책이 변화되어가고 있는 부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피해 당사자들이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은 여전하다. 느린 만큼 꼼꼼한 법 제정과 개정으로 피해 당사자가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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