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반환 알파탄약고
“공간활용과 이용자 욕구 결합 모델 수립해야”


알파탄약고연구회, 문화적 재생 공간 활용 답사
산업시설·반환공여지·역사적 장소 4곳 벤치마킹

알파탄약고연구회와 <평택시사신문>이 지난 9월 30일 산업시설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장소들을 답사하며 반환을 앞둔 평택시 고덕면 율포리 주한미군 공여지 ‘알파탄약고’의 향후 활용 방향성을 모색했다. 알파탄약고연구회와 언론사 등 관계자 10명이 답사한 곳은 경기도 부천시 ‘아트벙커 B39’, 인천광역시 서구 ‘코스모 40’, 부평구 ‘캠프마켓’, 중구 ‘인천아트플랫폼’ 등 네 곳이다.
알파탄약고연구회는 이번 1차 국내 공동답사 이후 오는 11월경 2차 국내 공동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평택시사신문>은 답사지역 각각의 특징과 활용, 재생공간의 네이밍 전략 등을 살펴보고, 향후 반환받게 될 알파탄약고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시민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느낌 물씬 이색장소
‘아트벙커 B39’

부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아트벙커 B39’는 쓰레기소각장을 문화 재생공간으로 활용한 사례다. 산업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해외 사례는 과거 화력발전소였던 런던의 ‘테이트모던미술관’이나 과거 기차역이었던 파리의 ‘오르세미술관’ 등이 있다. 
경기도 부천시 삼정동에 위치한 ‘아트벙커 B39’는 과거에 쓰레기 저장조에서 넘어오는 쓰레기를 태우던 소각장이었으나 주변지역이 도시화되고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2010년 가동을 중지하고 현재는 전시, 공연, 교육, 행사, 대관 등이 이뤄지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쓰레기를 태우던 장소에서 문화예술로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게 된 아트벙거는 이곳이 과거 산업 현장이었음을 알 수 있도록 유인송풍실, 소각장, 반입장 등 내부 역사를 그대로 살려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그대로 연출하고 있다. 
‘아트벙커 B39’ 공간 중 메인이라 할 수 있는 ‘벙커’는 당시 쓰레기 반입실 철문을 통해 반입된 쓰레기가 쌓이던 쓰레기 저장조이다. 높이가 39미터로 ‘부천 아트벙커 B39’ 이름의 모티브가 된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아트벙커에 붙여진 숫자 ‘39’는 숫자가 쓰인 이유를 궁금하게 만들어 과거를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멀티미디어홀’로 사용되는 MMH 공간은 쓰레기가 반입되던 곳으로 쓰레기 수거차량으로 운송된 생활쓰레기가 모여지던 공간이다. 한쪽 벽면에는 1번부터 4번까지 철문이 있고 이곳을 통해 벙커로 쓰레기를 쏟아냈다. 
‘에어갤러리’는 예전에는 사람이 서 있지 못하는 불의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실험적인 전시나 공연 등 문화예술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통유리로 되어 있고 천정이 없어 계절에 따라 공간의 느낌도 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화창한 날에는 이곳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1층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아트벙커 B39’는 과거 모습을 그대로 살려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이 살아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는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물론 영상 촬영을 위한 장소, 패션쇼, 각종 세미나, 공연장소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삭막한 공장지대에 복합문화공간 
‘코스모 40’

‘코스모 40’은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에 위치한 폐공장을 개조한 곳으로 현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코스모 40’은 과거 ‘코스모화학’의 마흔 번째 공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공장지대 중심에 위치해 있고 과거의 공장 내부를 그대로 활용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다. 
‘코스모 40’이 있는 가좌동 일대는 ‘코스모화학단지’라고 불렸던 대규모 공장지대다. 2016년 코스모화학이 울산으로 이전하면서 비어있던 부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다른 공장들로 채워졌다. 그러다가 가좌동에서 13대째 살고 있는 지역 터줏대감과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브랜딩 전문가가 의지를 모아 코스모화학 공장 한 동을 사들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켰다. 
1층은 기획전과 공연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공간이며, 2층은 사무실, 3층은 카페, 4층은 커뮤니티홀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는 들어서는 입구에서부터 폐 공장 인테리어가 눈에 띄고 당시 사용하던 기계도 그대로 두어 옛 보습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돌아온  
‘부평 캠프마켓’

‘부평 캠프마켓’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던 미군기지로 2019년 12월 11일 인천광역시로 반환됐다. 현재는 B구역 1단계만 개방됐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캠프마켓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부평 캠프마켓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제가 군수물자를 생산하던 조병창이었으며, 이후에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국군 시설이 모인 곳이 되었다. 도시는 고층 아파트로 변했지만 캠프마켓은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섬처럼 남아있어 현재 고덕국제신도시에 위치한 ‘알파탄약고’를 떠올리게 한다. 1997년에는 캠프마켓 건너편에 있던 군부대가 이전하면서 2002년까지 조성공사를 거쳐 ‘부평공원’이 만들어졌고, 같은 시기에 캠프마켓이 규모를 축소하면서 일부 영역이 반환되어 ‘부영공원’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부평 캠프마켓은 아직 13만평 규모의 면적이 남아있는 상태다. 
캠프마켓은 지난 2003년 반환 결정 이후에도 한미 양측 간 환경오염 정화작업의 주체에 대한 입장차로 약 16년간이나 지연돼 왔다. 2019년 12월 캠프마켓을 반환받은 인천광역시는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토지매입비와 토양오염 정화착수, 반환 구역 경계펜스와 임시개방, 도로개설, 불법 건축물 정비 등 크고 작은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20년 10월에는 80여년 만에 캠프마켓이 부분 개방됐고 당시 행사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사병공동식당, 체육관, 사무실, 세탁시설, 커뮤니티클럽, 부대 휴게소, 차량정비소, 가구창고, 사병숙소 등 다양한 부대 내부시설들은 현재 캠프마켓 입구에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인천광역시는 올해 6월 8일 주한미군 공여지 반환부터 공원조성이 완료되는 2028년까지의 계획과 과제 등을 담은 ‘웰컴 투 캠프마켓 부평 미래 10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인천광역시는 조병창 등 근대건축물의 역사가치가 있는 건물은 존치해 활용하고, 그 외의 상당부분은 공원 녹지 등으로 다양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캠프마켓은 현재도 토양오염 정화작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중 B구역의 1단계는 정화가 완료되어 5월 3일부터 3만 2800㎡(9만 9220평)의 운동장 부지를 개방해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도 토양오염 정화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에 순차적으로 다른 구역들이 개방될 예정이다. 

 

 


개항장의 역사성·공간성 살린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광역시의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009년 9월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 일대의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문화예술 창작공간이며, 옛 개항장을 문화적 관점에서 재 창안해 만들어가는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888년 지어진 등록문화재 제248호 일본우선주식회사를 비롯해 근대 개항기 건물과 1930~40년대 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창작스튜디오, 전시장, 공연장, 생활문화센터 등 모두 13개동을 조성했다. 도시의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을 살려 문화적으로 활용하자는 시민의 뜻과 인천광역시의 의지가 모여 탄생했다. 개항장 일대의 역사는 보존하되, 현대적이고 문화적으로 재해석한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과 같은 곳으로 ‘인천아트플랫폼’은 그 중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세계 각국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창작과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입주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사업, 동시대 새로운 예술경향을 탐구하고 논의를 이끌어내는 다양한 기획전시, 세미나, 워크숍과 같은 학술행사를 운영해 문화와 예술의 이해와 소통에 힘쓰고 있다. 
또한 연극, 무용, 음악, 영화, 다원예술 등 다양한 장르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입주 작가들의 쇼케이스, 일반 대중공연 등을 진행해 시민에게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민이 예술가와 함께 창작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해 일상 속의 예술을 만들어가고 있다.

 

 

 

알파탄약고연구회
평택의 정체성 담는 모델 수립

이수연 알파탄약고연구회 대표는 이번 문화 공간 활용 답사를 진행하면서 “알파탄약고연구회 출범 직전인 2005년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폐교 활용 공간재생 사례는 있었지만 대규모 공간재생 사례는 한 두 곳에 불과했다. 당시 알파탄약고는 한·미 정부가 합의한 미군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2008년에 이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후 2006년 고덕국제신도시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알파탄약고 반환 일정도 조정됐지만 신규 탄약고 건설이 지연되면서 반환 일정도 계속해서 늦춰지고 있다“며, “알파탄약고 반환 계획이 기약 없이 늦춰지면서 공원 계획이 미뤄지는 사이 해외에서처럼 국내에서도 공간재생 사례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의 국내 답사는 재생사례가 없었지만 이제는 국내의 사례를 통해서 어떻게 조성하고 개발했는지 또는 성공하거나 실패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파탄약고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얻는다는 차원에서 이번답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수연 대표는 또 “대부분 콘텐츠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공간재생 사례들을 보면서 방향 설정에 대한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참가자들은 공간의 활용성과 이용자의 욕구를 결합할 모델 수립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부터는 지난 17년간 알파탄약고연구회 활동을 집약·정리해 반환되는 알파탄약고에 평택의 정체성 담는 모델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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