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내
무기에 대한 위협은
고스란히 주민이
감당하고 있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밤 열시. 헬기 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시험공부를 하던 딸아이가 잔뜩 짜증을 내며 투덜거린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 전부터 미군 헬기와 전투기들이 휴일, 연휴를 막론하고 늦은 밤까지 하늘을 날고 있다. 딱히 훈련 중이라는 공지도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평택에 살기 때문에 느끼는 전투기 소음의 불쾌한 경험. 기지 주변에 살다 보니 무기의 위협은 예고 없이 덜컥 찾아온다.

평택시민이라면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전투기와 헬기, 장갑차와 폭탄이 평택 미군기지에 있을까 하고.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많은 무기와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개인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지만, 우리는 무기 관련 모든 정보에 소외돼 있다. 막연하게 한미연합훈련 기간에는 많은 무기가 쓰이고 많은 돈이 들어간다, 탄약고가 새로 생겼다, 하루에 몇 십 대의 전투기가 비행한다는 정도의 정보뿐이다. 무기의 수, 위력, 종류, 가격, 위험성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보는 알지 못한다.

누군가 평택에 왜 미군기지가 있고, 그것도 두 곳이나 있는지 물었을 때 그 이유를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정세의 복잡한 분석과 미국이란 나라, 전쟁, 거대 군수산업체 등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단편적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다시 던져본다. 누가 전쟁을 원하고 바라는지, 누가 전쟁을 부추기고 기획하는지. 그 대답을 찾다 보면 왜 평택에 미군기지가 있는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세계 최대 군수업체 일곱 곳 중 여섯 곳이 미국이 소유하고 있고 국가안보를 핑계 삼아 법망도 피해 가면서 대통령을 영업사원 삼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전쟁이 일어날수록 군수업체는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인다. 전쟁을 반기고 전쟁을 기획하고 국가 간 군사 갈등을 부추기고, 그렇기 때문에 미군기지가 늘어나는 것을 반기는 이런 구조 속에서 미군기지가 있는 국가는 당연하게도 돈벌이 대상이 된다.

10월 19일 국내 최대 무기전시회인 아덱스가 서울에서 열렸다.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Seoul ADEX’란 이름으로 살상 무기가 전시되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다. 아덱스에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자국민을 탄압하는 정권과 전쟁범죄를 일삼는 국가의 군 관계자들이 초정된다. 무기를 그들에게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무기수출 9위, 수입 6위의 국가다. 한국이 생산하거나 수출한 무기는 예멘 등 분쟁지역 곳곳에서 사용되고, 웨스트파푸아 등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또한 그보다 더 많은 무기를 수입해 미군기지 안에 쌓아두고 전쟁연습을 하고 있으며, 그 많은 무기에 대한 위협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이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70여 년을 미군기지와 함께 살아온 평택. 100년 가는 미군기지와 이웃하며 살아가야 하는 평택. 하지만 기지 안에 어떤 무기가 있고 어떻게 쓰이는지, 무기가 지역주민의 안전을 위협하지는 않는지, 그럴 가능성이 높은지에 대해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The shadow world, 섀도 월드’ 감독인 앤드루 파인스타인은 무기산업에 대해, 무기에 대해, 미군기지에 대해,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택의 20여 단체가 5년 동안 함께 하고 있는 미군기지 주변 환경감시 활동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미군기지에 대해, 무기에 대해,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피해에 대해 끈질기게 감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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