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당사자 활동가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야외 프로그램으로 센터 내담자들, 활동가와 함께 나들이를 하러 갔다. 태국사람이 하는 식당을 안다고 하면서 내담자들이 직접 식당을 예약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당은 평범한 한식을 파는 곳으로 그 식당의 사장은 태국에서 이주한 여성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본 우리 센터 내담자와 통역 상담 선생님에게 이것저것 정보를 알려주기도 하고 물어보기도 하며 한참 이야기를 이어갔다. 특히, 그녀는 우리 태국 상담 통역 선생님에게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결혼생활의 힘든 점, 한국의 전반적인 생활문화 등의 이야기로 식사를 주문하고 마칠 때까지 그녀의 대화는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프로그램 진행을 이어가기 위해 서둘러 출발해야 했지만, 그녀는 우리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히 들어주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쉽게 대화를 끝내질 못했다.

우리 태국 상담 선생님은 이러한 일이 익숙해 보였다. 병원, 출입국사무소 등 어딘가를 갈 때마다 이러한 상황을 보았고 선생님은 때론 힘들어하면서도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다. 선생님은 더 나아가 개인 SNS 사회관계망 메시지로도 상담하고 있다.

필자는 이 일상의 사례를 통해, 낯선 곳에서 같은 언어를 하는 같은 국가의 사람을 만나 도움을 청하거나 나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기쁨이고 든든할까, 게다가 같은 피해의 경험을 한 사람이 상담한다면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감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곧 당사자 활동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실 두레방 쉼터는 여성의 언어 상담이 피해 여성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아가 쉼터는 성 착취 피해받은 여성이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회복 후 활동가가 되어 같은 경험의 피해를 본 여성들을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당사자 활동가 양성을 위해 큰 노력을 해왔다.

당사자 활동가는 피해 이주여성들이 긴급 구조를 요청할 때 첫 상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해 이주여성의 불안한 심리와 긴급한 상황, 절박감, 두려움을 다 갖고 있기에 첫 상담을 통해 신뢰감을 주고 상담 내용을 끌어내는 데 있어 당사자 활동가로서 저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피해 이주여성들은, 당사자 활동가가 상담을 진행할 때 ‘같은 국가의 여성으로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여성으로서, 같은 경험을 가진 여성으로서 보통의 활동가들이 접근했을 때보다 좀 더 큰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피해 여성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국내에서 성 착취 피해를 받은 이주여성들의 사례를 본국의 사회에 드러내 더 이상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심각성을 알리는 역할과 피해 여성들의 신체적·정신적 치유와 권리 회복을 도와 본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당사자 활동가는 ‘체류’라는 산에 부딪힌다. 더 큰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지만, 체류라는 한계성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가 해외에서 한국어를 하는 사람만 만나도 반갑고 안도감을 가진다. 이런 경험은 국내 이주한 사람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불안한 상황에 있는 경우 더욱 본국의 사람들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당사자 활동가만의 힘으로 피해 당사자를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이주민과 함께하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훌륭한 당사자 활동가들이 잘 활동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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