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그 자체로
자율성과 안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교육을 망치는 길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헌법 제31조 4항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했다. 여기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정권의 이데올로기 선전도구로 활용되지 않을 권리, 즉 정치권력으로부터 교육의 중립을 지킬 수 있는 권리임을 강조한 규정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란 의무가 아닌 권리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제7조 2항에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는 규정이 ‘교사의 정치 자유’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은 저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교육 그 자체의 본질에 대한 의미는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는데 필요한 민주적 시민 역량을 기르고 삶에 필요한 지혜와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교육의 의미라고 본다면 각자의 생각과 의견에 대해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하고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교육이 국가와 사회발전의 근본 초석이기 때문에 ‘백 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다. ‘백년지대계’에 반대되는 뜻으로 ‘권의지계 權宜之計’가 있다. 아침, 저녁으로 뒤바뀌며 시류에 야합하는 즉흥적이고 편의적인 계획을 의미한다. 안타까운 것은 대한민국의 교육은 백년지대계보다는 권의지계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변석개 朝變夕改’식으로 원칙이나 철학도 없이 집권 여당과 교육 수장이 바뀔 때마다 뒤바뀌는 교육정책은 더 이상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를 막기 위한 여러 법안이나 정책들도 실질적인 비리 유혹이 많은 자리는 건들지 못하고 정치적 발언권이 막혀버린 교사들만 잠재적 범죄자 취급당하며 각종 규제와 감사의 희생양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OECD가 주관하는 ‘국제 교수-학습조사 연구(TALIS)’의 2013년 조사 결과 한국교사들이 OECD 국가 평균보다 전문성 개발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학생상담, 특수교육, 교수법, 학급관리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 개발에 높은 의욕을 보였다. 전문성 개발을 위해 강의나 워크숍에 참여하는 일수는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교직에 대한 만족도는 OECD 평균보다 낮았다. 한국 교사들은 조사에 참여한 OECD 국가 평균 9.5%에 비해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로 나타나 2배 수준으로 높았고, 다른 직업 선택에 대한 미련도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 교사들은 일반 행정업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교사들은 주당 6시간을 일반 행정업무에 사용한다고 응답해 OECD국가 평균인 2.9시간에 비해 두 배 수준으로 높았다.

이러한 일들의 반복은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트리고 그 피해는 미래세대에게 돌아간다. 학교 현장을 등한시하고 교육전문가랍시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정치 권력에 기대어 자신들의 자리 지키기에 급급하면서 교육 현장을 파괴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비단 교사들의 정치 활동 금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권력이 교육을 정권 창출과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은 그 자체로 자율성과 안정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교육을 망치고 결국 나라를 망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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