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뿌리를 돌아보고 
역사를 통해 우리가 거두게 될 
열매들을 하나씩 점검할 때

 

▲ 정장선 평택시장

얼마 전 우리시가 추진하는 ‘평택박물관’ 건립사업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최종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이제야 평택시 최초의 박물관 건립이 첫발을 떼게 된 것이다.

평택박물관이 건립되는 고덕국제신도시 중앙공원은 평화예술의 전당, 중앙도서관, 어린이창의체험관도 함께 입지하게 돼 문화클러스터로서의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 역사는 문화의 뿌리이고 문화는 역사의 열매인 만큼 이제는 우리의 뿌리를 돌아보고 그 역사를 통해 우리가 거두게 될 열매들을 하나씩 점검해야 할 때이다.

이제 우리는 과거부터 이 땅에 살아왔고, 지금 살고 있고, 앞으로 이곳에 살게 될 모든 분들…, 특히 미래 세대들과 모두 함께 우리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누는 소통의 공간, ‘품격 있는 쉼’을 향유하는 문화와 예술이 살아있는 문화의 공간, 끊임없이 돌아가는 도심 속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와의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치유의 공간, 온 가족이 모여 편히 머물다 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인 박물관을 건립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평택박물관은 점차 국제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평택의 정체성과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을 비롯해 평택을 찾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파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며,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과 그 공간에서 발견하게 될 대한민국의 이미지는 평택시와 우리나라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정신적인 터전으로서 세계의 문화, 문명의 주류와 연결되고 교류하게 될 것이다.

‘유토피아’는 ‘상상할 수는 있지만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라는 뜻으로 토마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 Utopia>에 나오는 용어다. ‘디스토피아’는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는 사회’라는 뜻으로 조지오웰의 <1984>에 나오는 용어다. 

그러나 미셸 푸코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로 구분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을 ‘헤테로토피아’로 구분해 제시했다. ‘헤테로토피아’는 ‘다른, 낯선, 혼종된’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다른’이라는 의미의 ‘헤테로 heteros’와 ‘장소’라는 뜻의 ‘토포스 topos’가 합쳐진 것으로 일상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 어느 일정한 장소이면서 동시에 모든 장소들의 바깥에 있는 곳을 의미한다. 

즉, 일종의 현실화된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는 ‘헤테로토피아’는 ‘살만한 세상’을 뜻하는 공간이지만 현실에 존재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모든 장소들의 바깥에 있는 어떤 장소이다. 모든 장소의 바깥에 있는 장소, 일상이 아닌 어떤 탈출공간을 푸코는 ‘헤테로토피아’라고 한 것이다. 이를테면 아이들에게 집안의 다락방과 같은 공간, 엄마 아빠가 없는 집안에서 아이들은 비일상의 탈출과 자유의 공간을 맞이하게 된다. 

평택의 헤테로토피아는 무엇일까? 시간을 축적하는 공간, 지역의 정체성을 함께 고민하는 공간인 박물관도 일종의 ‘헤테로토피아’ 공간이 될 수 있다. 문화는 문명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이제 평택의 역사와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서의 박물관 건립은 우리 지역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물질문화와 정신문화가 균형 있게 발전된 도시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오랜 기간동안 평택박물관 건립을 위해 힘써주신 많은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56만 평택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헤테로토피아’적 공간, 평택의 정체성을 담는 문명의 그릇으로 평택박물관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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