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즐기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 사고에 대비한 준비가
꼭 필요하다

 

▲ 송영주 해양안전과장
평택해양경찰서

초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서해안 바닷가에 가서 조개를 캐고 소라를 잡았던 기억이 난다. 어찌나 재미가 있던지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물이 무릎까지 찬 곳에서 물속을 더듬다 보면 내 주먹보다 훨씬 큰 소라를 여러 마리 건져 올리기도 했다. 그 기쁨이란 그때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할 만큼 강렬하다.

내가 해양경찰복을 입고 나서야 어렸을 때 바닷가 갯벌에서 했던 것이 바로 ‘해루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신나고 재미있는 놀이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 돌이켜 보니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처음에는 호미로 갯벌에서 조개를 캐다가 날이 어두워지면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소라가 잡혔는데, 더 많이 잡고 싶은 마음에 혼자 육지와 멀리 떨어진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 소라를 찾아다녔으니 말이다.

당시 어린 나이였기에 바닷물이 들어오고 빠지는 물때라는 것을 전혀 몰랐고,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도 없이 갯벌도 들어갔다. 저 멀리서 바닷물이 빠르게 들어오기 시작하자 다행스럽게도 같이 갔던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급히 육지로 나왔지만, 어린 초등학생 혼자였다면 그 갯벌에서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평택해양경찰서 관할 구역인 경기도 남부와 충청남도 북부 해안가에도 해루질로 유명한 해양관광 명소가 꽤 있다. 해루질하기 좋은 시기가 오면, 전국에서 수천 명이 서해안 갯벌과 바다로 몰려들어 조개와 소라를 잡는다. 최근에는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19 시대가 길어지면서 갈 곳이 마땅치 않게 되자 많은 사람이 야외 활동으로 눈을 돌려 서해 바다를 많이 찾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바다의 위험에는 무지하고 안전에는 소홀한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2020년 11월에는 서해안에서 가슴 장화를 신고 해루질을 하던 40대 남성이 사망했다. 사실 어른 가슴까지 올라오는 장화는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면 무게가 무거워서 몸이 잘 뜨지 않게 된다. 바닷물이 들어오는 때가 되면, 도리어 가슴 장화가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갯벌에 나가기 전에 바닷물이 들고 나는 때를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바닷물이 들어오기 전에 육지로 빨리 올라와야 하는데, 더 많이 잡고 싶은 욕심을 부리다가 갯골에 빠져 해양경찰과 소방에 구조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

휴대전화가 바다에 빠질까 봐 아예 타고 온 차에 두고 나갔다가 긴급 구조 전화도 못하고, 바다에 짙게 낀 안개에 방향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가 끝내 사망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갯벌로 나가기 전에 가장 먼저 할 일은 휴대전화에 해로드앱을 깔고, 전화를 방수팩에 넣는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위험에 처할 경우 해양경찰이 쉽게 신고자를 찾을 수 있다.

서해안 바닷가와 갯벌에서 해루질을 할 때, 관광객이 꼭 지켜야 할 안전 수칙 몇 가지를 안내한다. 생각해 보면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첫 번째, 바닷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것, 두 번째 방수 주머니나 비닐봉지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넣어 갯벌로 나갈 것, 세 번째 스마트폰에 해로드앱 깔기, 네 번째 갯벌에서 최소 2명 이상 활동하고, 구명조끼를 꼭 입거나 갖고 다닐 것.

이 정도만 실천한다면, 서해안 갯벌이나 해안가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대부분을 미리 막을 수 있고,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 소설 <종의 기원>을 쓴 소설가 정유정은 “태양은 만인의 것, 바다는 즐기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바다를 즐기는 자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 사고에 대비한 준비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이 지면을 빌어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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