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 2400여명·하루 7명 산업재해로 사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택, 건설업 사고사망자 2015~2019년 39명 ‘경기도 3위’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 거쳐 사업주 처벌규정 강화 필요
원청이 위험을 하청업체로 외주화하는 것 원천적으로 막아야


 

 


 

■ 경기도 31개 시·군 가운데
평택시 산업재해 발생률 매우 높아

얼마 전에 있었던 서울 지하철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이어 이천 물류창고 화재 사고로 38명의 노동자들이 희생됐다. 올 해에는 평택항에서 이선호 산재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잊힐만하면 반복되는 안타까운 산업재해를 뿌리 뽑기 위해 지난해에 처음으로 고양시, 수원시, 시흥시 등 10개 시에서 ‘경기도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 제9조에 근거해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이 시작됐다. 
이 사업은 건설과 산업안전분야 자격증을 소지하고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노동안전지킴이들’이 50인 미만 소규모 건설 산업 현장 등을 대상으로 ▲개인 보호구 착용 여부 ▲산업안전보건기준 위반사항 ▲추락, 끼임, 붕괴 사고 등 안전재해 예방조치 위반 사항 ▲인력 배치 적정 여부 등을 수시로 점검해 개선과 보완점을 지도해 나가기 위해 도입한 사업이다. 올해 들어 이 사업은 경기도 내 31개 시·군으로 확대됐다.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은 경기도와 평택시가 6대 4로 예산을 배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평택지역에서도 사업이 시작돼 늦게나마 다행이다. 평택지역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 산재 사망자 수로 따져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산재사고도 대개 추락, 끼임, 붕괴 등에 의해 발생했으며, 우리 지역은 고덕국제신도시와 삼성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건설 현장이 많은 곳이기도 해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하다. 

 
 

 

 

■ 우리지역 노동현장 안전예방
평택 ‘노동안전지킴이’

평택시에서는 지난 3월 평택비정규노동센터를 사업 수행자로 선정했으며, 평택비정규노동센터에서는 노동안전지킴이 여섯 명을 선발했다. 평택시와 평택비정규노동센터에서는 3월 8일 오전 10시 30분 원평동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서 ‘평택시 노동안전지킴이 발대식’을 시작으로 산업현장 재해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을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선발된 노동안전지킴이들은 4월 1일부터 닷새간 ▲산업안전보건법령 ▲현장 방문과 활동 요령 ▲작업장 안전관리 유형별 사례 등에 대한 실무 교육을 40시간 이수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이들 노동안전지킴이들은 매월 활동 사례 공유와 역량 강화 교육 여덟 시간을 이행하고 있다.
노동안전지킴이는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발주공사 금액이 2000만원 이상 120억 원 이하인  소규모 건설현장과 제조현장의 안전망을 점검하며, 건설안전기술사, 산업안전지도사, 건설안전기사 등 노동산업안전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대기업이 발주한 건설 현장에서는 정기적인 안전교육과 노동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으면 현장에서 퇴출시키는 2아웃·3아웃제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안전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거나 시공사가 영세하다는 이유 등으로 안전관리가 미흡해 노동자가 안전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열악한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 점검을 위해 노동안전지킴이가 2인 1조로 현장에 수시로 나가 안전이 미흡한 사항들에 대해 개선 요구를 해 나가고 있다. 1차 점검 때에는 산재발생 예방 지도를 하고, 2차 점검 때 지적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안전보건공단, 노동지청과 협업하여 안전 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도 진행한다.
노동안전지킴이들은 현재까지 1500곳의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 방문하면 ▲사고가 잦은 작업 발판에 대한 안전 대책이 수립되어 있는지 ▲높은 곳에서 작업할 경우 추락 방지 장치를 제대로 설치했는지 ▲화재 위험 요인은 없는지 등을 위주로 확인하고 있다. 
여러 차례 개선 요구를 했지만 잘 시정되지 않는 현장은 안전 수칙이 지켜질 때까지 관리와 감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산재 예방에 있어 노동자와 사업자의 ‘안전 의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노동안전지킴이들이 노동자 대상 안전보건 교육이 필요한 곳은 즉시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산재 예방 지도를 지속적으로 해 나가고 있으며, 아울러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협조도 꾸준히 요청하고 있다.

 
 

 


 
■ 산업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과제
현장 대리인 상주 조례 만들어야

건설공사 부문에 있어 시공은 건설회사와 건축주가 시공사가 되는데, 대체로 건설회사는 현장 사무실을 두고 현장 대리인이 상주해 공사 종류와 일정에 따라 오전 교육을 실시하며 건강 체크와 안전 체크 등을 실시한 후 작업에 임하고 있는 편이다. 주로 건축업자가 시공사가 되는 경우에는 현장 사무실이나 현장 대리인이 거의 상주하지 않고, 작업 때에도 작업 지시만 하고 현장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에 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지 공사현장에 현장사무실을 두고 현장 대리인이 항시 상주할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어 관련 규정 사항을 명시하고 이에 따른 과태료와 벌칙 사항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는 감리가 이러한 안전 문제까지 감리하여야 하는 법적 규정 등의 보완도 요구된다.

■ 산재사고가 발생한 건설회사는
관급공사 입찰을 강력히 제한해야

나아가 평택시에서 발주하는 관급 공사의 경우, 산재사고가 발생한 건설회사는 입찰을 강력히 제한해 산재 사고가 일어나면 기업 경영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줘야 한다.
또한, 평택시, 근로복지공단, 노동부와 연계한 합동점검이 정기적으로 실시돼야 한다. 노동안전지킴이는 노동부 근로감독관처럼 직접적인 형사처벌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동안전지킴이의 개선 요구에 대한 개선 조치가 매우 더디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현장에서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평택시와 근로복지공단, 노동부와 연계한 합동점검이 주기적으로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
더욱이 제조업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사적 영역이라는 이유 등으로 노동안전지킴이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건설현장 못지않게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장이 제조업 현장이다. 따라서 평택시, 근로복지공단, 노동부와 연계해서 합동점검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기관 모두가 행정력을 동원해 나서야 한다. 

 

 

 
■ 세계 경제규모 10위 대한민국
산재 사망률은 OECD 국가 중 1위

세계 경제규모 10위. 이제는 선진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한 해 2400여명이 사망하고,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를 21년째 이어가고 있다.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이뤄낸 경제 성장인 것이 분명하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가 양보하라는 목소리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부 경제단체와 유력 일간지를 비롯해 여러 경제지 등을 통해 드높은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국회 의석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마저도 여전히 대기업의 눈치를 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산업재해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 ‘중대재해처벌법’ 재개정으로
불법 도급과 파견 엄중한 책임 물어야

원청이 위험을 하청업체로 외주화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노동 현장 곳곳에서 횡행하고 있는 불법 도급과 불법 파견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사업주 책임을 강화하는 길은 원청 사업주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안전관리자와 하청에 그 책임이 다 전가될 뿐이다. 더욱이 지금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에나 시행된다. 그것도 50인 이하 사업장과 50억 원 이하 건설공사 사업장은 2년 뒤에나 시행된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도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재발률이 무려 97%에 달하며, 중대재해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한 처벌 가운데 실제 실형이 선고된 비율이 0.4%밖에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업이 법 위반으로 내는 벌금은 평균 450만원에 불과하다.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가 전체의 80%에 이른다. 
이렇듯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해 원청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노동안전지킴이가 열심히 산재 예방활동을 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일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 글·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위원장 겸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집행위원장
편집·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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