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학교 대표 모델 만들 것”

 

28년 간 성인문해교육 이어와
올해 자원봉사대상서 국민훈장

 

 

“평택시민아카데미와 시민학교 대표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성장기, 학업에 열중하다

황우갑(57세) 평택시민아카데미 회장은 평택시 신장동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집에 전화기와 냉장고 등 당시 보기 힘들었던 가전제품이 모두 있을 정도로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이불만 들고 나와야 했죠. 이때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이었던 당시 한글조차 깨우치지 못했던 황우갑 회장은 점차 학업에 열중했다.

“중학교 반배치고사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뒤처지는 친구들의 학습을 돕기도 했죠”

그는 중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우연히 ‘송암회’라는 단체를 알게 됐다.

“송암회는 1978년 결성된 대학생 단체였습니다. 이들은 청소년 무료 공부방을 운영했죠. 저도 이곳에서 배우며 청소년 공부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중학교 시절 이희승 선생 등 국어학자를 동경했던 황우갑 회장은 일찍이 진로를 정하고 대학에 가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부푼 꿈을 품고 대학에 갔지만, 당시 사회운동이 활발히 일었기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사회운동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를 두고 고민하기도 했죠. 강의를 마치고 송탄에 내려와서는 연극, 야학, 학술토론회 등 ‘송암회’ 활동에 열중했습니다”

 

평택시민아카데미의 시작

황우갑 회장은 1985년 ‘송암회’ 내부에서 생긴 선후배 간 갈등으로 인해 단체에서 나오게 됐다. 이때 ‘송암회’에서 나온 선배들이 1988년 ‘모임터’라는 단체를 만들었는데, 그도 1989년 군 전역 후 이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모임터’는 풍물패 ‘소리울림’을 중심으로 활동했습니다. 이 ‘모임터’라는 단체가 ‘평택시민아카데미’의 시초가 됐죠”

‘모임터’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해체될 위기에 놓인다. 이때 황우갑 회장은 몇몇 선후배와 이 단체를 유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학원 강사를 시작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생겼고, ‘모임터’가 해체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나서게 됐습니다”

황우갑 회장은 1993년 8월부터 본격적으로 ‘모임터’ 운영을 주도했다. 그가 처음 주목한 것은 문해교육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한글을 잘 모르는 성인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상록평생학교’를 설립해 문해교육을 시작했습니다”

황우갑 회장은 문해교육을 처음 시작할 당시 이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를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

“스스로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을 보며 힘을 얻었습니다. 1995년에는 ‘모임터’를 ‘평택시민아카데미’로 변경했고 이후 검정고시 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죠”

 

국민훈장을 받다

‘평택시민아카데미’는 지금까지 1000명을 훌쩍 뛰어넘는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며 수많은 청소년과 성인 문해인을 비롯한 학습자에게 배움을 기쁨을 선사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평택시민아카데미’가, 2009년에는 황우갑 회장이 평생학습대상을 받으며 평생학습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현장의 경험을 통해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민간에서 모델을 만들어 성과를 내면 행정에서 수렴해 제도를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죠. 이러한 점에서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황우갑 회장은 지난 12월 3일 ‘2021년 전국자원봉사자대회’에서 자원봉사대상의 최고 영예인 국민훈장을 받으며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상록평생학교’ 이한칠 교장 선생님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 여러 선후배와 후원자 분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속해서 지원해준 평택시 교육청소년과와 평생학습센터, 자원봉사센터 공직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황우갑 회장은 2000년 ‘민세안재홍기념사업회’ 발족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민세 안재홍 선생을 선양하는 데 주춧돌이 돼 오기도 했다. 이 또한 ‘모임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한 역사기행 활동을 통해 안재홍 선생이 평택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앞으로 ‘평택시민아카데미’와 함께 시민학교의 대표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학습 역량을 키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2019년 ‘민세 안재홍의 성인교육 활동과 온정적 합리주의 리더십 연구’ 논문을 통해 교육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도 한 그는 개인적으로 안재홍 연보와 평택시의 근현대 연보, 지역 대표 인물의 생애사를 기록하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황우갑 회장의 이러한 노력이 지역사회의 교육·역사·문화 발전에 버팀목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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