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한 해를 책임지고 있다가
새로운 한 해를 받아
우리에게 넘겨주려고
못 갖춘마디가 된
헌신의 달이 분명하다

 

▲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매년 12월은 마치 악보의 못 갖춘마디 같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보람과 기쁨이 내재되어 있으면서도 늘 그러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다하지 못한 미련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위해 우리가 봄부터 겨울까지 지내온 과정들을 회상하면 이보다 더 충실한 한 달이 있을까 싶다.

봄의 시작이 한 해의 처음이었다면 여름은 왕성한 활력의 시절이었고 가을은 수확과 결실의 시기였다.

그렇다면 겨울은 갈무리와 저장의 시간이 된다.

그리고 12월은 겨울의 한 복판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섣달이라는 미명으로 풍만한 저장의 기쁨을 맛 볼 수도 없이 사라지며 천대를 받는 느낌이 완연하다.

어쩔 수 없이 끝 달이 된 12월의 언덕에서 지나간 날짜들과 남은 날짜를 조용히 헤아려 본다.

이미 기울어 가고 있는 후반의 언저리에서 위로와 감사의 말을 흘려보내고 싶어진다.

어차피 시작의 달인 1월도 겨울이다.

절기 입춘이 되어야 새해의 간지를 적용해 띠가 바뀌는 것을 보면 12월은 끝이 아니란 유추가 가능하게 된다.

단지 달력의 마지막 장이라는 이유밖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지 않나 생각한다.

마치 악보의 못 갖춘마디처럼 완성된 음표들이 충실히 들어차지 않은 기형의 달처럼 느껴지지만 완전하진 않아도 한마디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곳이 못 갖춘마디이다.

12월에게도 이와 같은 매력의 품격을 선물하고 싶다.

완성된 듯 안 된 듯 아리송한 한 해의 마무리 시점에서 우리가 늘 상 생각하는 주관적 느낌은 너무나 이기적이다.

12월은 한 해를 책임지고 있다가 새로운 한해를 받아 우리에게 넘겨주려고 못 갖춘마디가 된 헌신의 달이 분명하다.

이제부터 이달이 다 가도록 달력의 맨 뒷장을 쉽사리 넘기지 않으리라 마음먹어 본다.

섣달 그믐날 밤에 화려하게 내려놓으련다.

그동안 이날을 위해서 열두 달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회한의 안부와 함께 어느 한날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당당한 자부심과 더불어 건네주는 새해에도 그러하겠다는 힘찬 다짐으로 말이다.

매번 끝 달을 보낼 때마다 건성건성 넘겨버린 지난 달력들에게 깊은 사과를 한다.

내 마음도 건성으로 12월을 보냈노라고 고백을 하면서 못 갖춘마디에 반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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