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상담센터 품’이
서로의 품이 되길 바란다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평택역 앞 성매매집결지는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규모가 있는 곳이라 한다. 사실 필자는 4년 전 평택으로 오기 전까지 평택의 성매매집결지 대해선 잘 알지 못했다. 두레방 미션인 기지촌 관련 활동을 하다 보니 평택 미군부대 부근의 클럽 상황만 알 뿐 평택역 앞 성매매집결지 ‘삼리’에 대해서는 익숙하지 않았다.

필자는 13년 전부터 성매매피해상담소에서 활동하면서 성매매 피해 지원 관련 활동을 하고 관련 교육과 지역 간 네트워크도 가졌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마다 성매매집결지가 있는 것을 활동을 통해 알았고 필자가 살던 곳과 4시간 정도 떨어진 곳의 집결지 이름과 상황들도 다 아는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동안 평택만은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 아마도 평택엔 오랫동안 성매매피해상담소가 없었기 때문에 필자의 활동 속에서 평택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수원역 성매매집결지는 올해 5월에 폐쇄를 알렸다. 이 때문일까? 수원과 가까운 평택의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경찰들의 움직임이 그전과 달랐다. 이 분위기와 더불어 평택시 또한 오랫동안 고민에 왔던 평택역 주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평택 고덕을 중심으로 신도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면서 구도심 상권의 쇠퇴에 고민이 깊었던 평택시는 본격적으로 도시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고, 올해 개발을 알리는 간담회로 시민단체와 만남의 자리도 가졌다. 그 여러 개발계획 가운데는 자활조례 제정, 성매매피해상담소 설치 등 ‘삼리’와 관련된 계획도 있었다.

그리고 평택시 수탁으로 두레방이 운영하게 된 ‘평택여성인권상담센터 품’은 지난 12월에 개소했다. ‘품앗이’의 ‘품’자를 써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살렸다. 삼리에 있는 여성들이 그동안 말 못했던 어려움을 ‘센터 품’에서 서로서로 품을 지고 함께 하자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아직 첫 단추를 채웠을 뿐이다. 그동안 상담소가 없었기에 삼리의 실태와 관련한 기록이 전혀 없으며 업소 관련 기록조차 없다. 이런 과정 속에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떤 지원 정책을 세울지 자료조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센터 품’은 성매매집결지 사업을 진행했던 단체를 방문해 지난 지원 활동과 폐쇄 과정 속 상담소의 역할 등을 공유 받을 계획에 있다. 이미 12월엔 수원에 있는 성매매피해상담소에 다녀왔다. 흐트러졌던 정책들을 정리 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나 여전히 고민되는 지점과 평택에 맞는 정책을 찾기 위해 다른 지역 상담소의 이야기가 필요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단체를 방문할 계획이다. 이후 ‘센터 품’만의, 평택시만의 정책을 세워 삼리 여성들을 만나는 활동인 아웃리치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지촌여성과 이주여성 지원 경험이 많은 두레방이 삼리 여성들을 위한 상담소를 운영하는 것에 주변에서 걱정 섞인 조언과 응원이 있었다. 두레방 그리고 필자 또한 같은 우려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국내에 사라지지 않은 성 착취 현장의 피해 내용이 기지촌여성, 이주여성 그리고 삼리의 선주민 여성이 받은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보며, 앞으로 ‘여성인권상담센터 품’이 서로의 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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