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상흔이
평화와 생태 문화로 변신한다 

 

캠프 그리브스, 전쟁과 긴장이 평화의 예술 작품으로
문화비축기지, 산업시대의 유산이 문화의 전진기지로
미군기지 공원, 116년 만에 공개된 젊은 핫 플레이스

 

알파탄약고연구회와 <평택시사신문>이 지난 12월 23일 산업시설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장소들을 답사하며 반환을 앞둔 평택시 고덕면 율포리 주한미군 공여지 ‘알파탄약고’의 향후 활용 방향성을 모색했다. 알파탄약고연구회와 언론사 등 관계자 10여명이 답사한 곳은 파주 캠프그리브스, 마포 문화비축기지, 용산미군기지 개방구역 등 세 곳이다.
<평택시사신문>은 답사지역 각각의 특징과 활용 등을 살펴보고, 향후 반환받게 될 알파탄약고의 활용에 대해서도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생명으로 
파주 ‘캠프 그리브스’

반환 이후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적 활용
유스호스텔·체험장·전시장으로 의미 더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백연리에 소재한 ‘캠프 그리브스’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50여 년간 미2사단 506보병대대가 주둔했던 곳이다. 1953년 7월, 우리나라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토지를 제공하고 미 군영을 설치하면서 주둔하기 시작했던 이곳은 2004년 미군이 철수한 이후 3년 뒤인 2007년 8월 한국정부에 반환되면서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장소 활용을 모색해 왔다. ‘캠프 그리브스’는 장교숙소, 생활관, 체육관, 탄약고 등 다양한 군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문화적 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 아래 현재는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시설로 바뀌어 청소년 체험 위주의 시설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있다는 긴장감과 적막감이 주는 분위기, 거기다 오랜 역사가 간직된 ‘캠프 그리브스’의 느낌은 다른 곳과 분명 차별되며 특히 이곳에서는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공존, 생명과 희망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이자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주인공이 속한 부대 주둔지로도 잘 열려진 이곳은 일반인이 숙박할 수 있는 곳으로는 최북단에 유스호스텔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인 통제구역 최초의 유스호스텔이기도 한 이곳은 2013년 미군 장교 숙소 한 동을 리모델링해서 최대 24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1층에는 사무실과 소강당, 2~3층에는 숙소, 4층에는 실내 활동을 위한 대강당과 식당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 막사 등은 다양한 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평택과 같이 탄약고가 있던 곳은 육중한 철문을 쇠사슬로 당겨 여는 순간 내부에는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문화적 공간으로 활용해 평화-통일-생태라는 주제를 가진 작품과 자연환경을 통해 생생한 체험의 장으로 변모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석유에서 문화 저장탱크로 
마포 ‘문화비축기지’

산업을 대표하는 공간에서 생태문화공원으로
석유대신 문화탱크, 열린 문화공간으로 변신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인근 매봉산에 둘러싸인 ‘문화비축기지’는 일반인 통제구역이었다가 도시재생을 통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문화공원이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정부는 서울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 있는 정도의 석유를 5개 탱크로 건설해 보관했다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했다. 그러나 이후 10년 넘게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하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공모를 통해 현재의 문화비축기지로 변신했다. 석유를 보관하던 거대한 탱크들은 석유 대신 매번 색다른 문화를 창출해내는 문화탱크로 바뀌어 열린 문화공간이 되었고 해체된 탱크 철판을 활용해 만든 여섯 개의 공간은 시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비축기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문화마당’은 대규모 축제와 공연, 시장 등 다양한 문화의 장이 펼쳐지고 휘발유를 보관했던 탱크는 탱크를 해체한 후 유리를 사용해 벽체와 지붕을 얹어 탱크를 둘러싼 매봉산 암반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유리벽과 유리천장 덕분에 계절과 날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져 전시와 워크숍 공연 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경유를 보관하던 탱크는 해체하면서 외형을 만들지 않고 그냥 개방해 둔 덕분에 매봉산 암벽과 탱크를 감쌌던 콘크리트 옹벽이 자연스럽게 소리의 울림을 이루는 공연장이 됐다. 하늘과 바람, 산 등이 공연무대의 일부가 되는 야외공연장이며, 탱크 하부는 실내공연장으로 구성하였다. 또 다른 공간은 석유비축 당시 탱크 원형을 그대로 보존해 후손들에게 남겨줄 문화유산으로서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경제상황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린 공간도 있고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변모한 이야기를 담아낸 공간도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석유탱크를 해체할 때 나온 철판을 활용해 새로운 건축물을 세워 운영사무실과 창의랩, 강의실, 회의실, 카페테리아 등 커뮤니티 활동공간이 만들어졌고 이곳에서는 옥상마루와 생태도서관인 에코라운지를 만날 수 있다. 

 

 

 

도심에서 만나는 미국인 주택 
 ‘용산 미군기지’

장교숙소 일부 개방, 이국적 느낌 물씬
곳곳이 포토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용산 미군기지 일부가 116년 만에 높은 담장과 철조망을 허물고 드디어 일반에 개방됐다. 이곳은 옛 미군 장교숙소 일부인 5단지가 시민에게 공개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미국’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핫 플레이스’로 각광받고 있다. 2020년 8월 1일 공개된 부지는 미군기지가 철수하면서 장교숙소로 쓰이던 붉은 벽돌건물 건물과 부지이다. 특히 일부 오픈된 장교숙소에는 미군 가족이 머물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길가에 세워진 영어 표지판도 그렇고 곳곳에서 낯선 분위기가 느껴지고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찾아 새로움을 즐긴다. 

내부에는 용산의 과거 모습을 볼 수 있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고 그 집에 실제 거주했던 사람들의 모습도 포토존으로 마련돼 있고 그들이 실제 거주하며 느낀 느낌도 벽에 부착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더한다. 

국토교통부는 반환되는 용산 미군기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을 2021년 12월 28일 확정·고시했다. 주요 변경사항으로는 옛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군인아파트, 전쟁기념관 등 용산공원 조성지구로 신규 편입된 부지에 대한 기본구상을 마련했다. 용산공원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고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은 문화예술프로그램에 활용한다.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24시간 관리운영하고 3차원 디지털 복원기술을 활용하며 공원부지 내 기존 건축물은 역사·예술·경관적 가치뿐만 아니라 활용도가 높은 건축물도 존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 공간으로 활용한다.

단계별 조성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반환 이전까지 부분 반환과 반환 부지의 개방을 위해 노력하고 반환 이후에는 오염정화가 필요한 부지에 대한 정화공사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그동안 수립했던 계획과 설계를 보완하고 오염정화가 필요하지 않은 옛 방위사업청, 군인아파트 부지 등은 우선적으로 착공할 계획이다.

 

 

 

평택 알파탄약고
보존과 활용 깊이 고민해야

알파탄약고연구회와 함께 한 이번 답사는 평택지역과 같은 탄약고를 활용한 문화시설과 기존 건축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향후 반환받게 될 알파탄약고의 활용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파주 캠프 그리브스에 있는 탄약고는 전쟁의 상흔을 예술작품을 통해 평화로 승화시켰다. 입체영상으로 분단철책을 넘어가는 작품이나 그곳에 살던 실제 동물의 박제에 그곳의 나뭇가지들을 뿔로 연결시켜 빛을 발하게 함으로써 생명이 재탄생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이는 알파탄약고 활용에서도 참고할 수 있는 점으로 보인다. 

특히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거나, 일부를 헐고 일부만 남겨 자연과 어우러지게 한다든지 하는 기법 역시 우리가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활용’과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우리가 취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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