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현/평택시립 세교도서관

 

 

▲ 최가현 사서
평택시립 세교도서관

아스퍼거증후군이 있는 주인공 태의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살았다. 사랑이 아닌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양육을 한 엄마는 결국 무너졌고 아들을 학대했다. 엄마는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그 과정을 겪은 태의는 마음의 창을 닫은 채 10년째 함묵증을 앓고 있다. 

아빠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편의점 사장이 되어 태의가 아플 때면 항상 곁을 지켰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도 아들의 마음을 잘 알아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아빠의 사랑이 느껴진다. 

“하지만 아빠라면 내 머리를 만져도 참을 수 있었다. 내 팔을 건드려도 1분 정도는 괜찮았다. 아빠에게는 요거트아이스크림도 세 숟가락이나 양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랑이라면 나는 아빠를 사랑했다.”(본문 中)

그러던 어느 날 밤, 좋아하는 별을 보러 가족 몰래 공원에 간 태의는 우연히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가까스로 위험한 상황을 벗어났지만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범인을 먼저 찾아 나서기로 용기를 낸다. 말을 잘 알아듣는 아빠처럼 뛰어난 국어실력의 반장과 ‘노숙자 할아버지’란 별명을 붙인 형사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탐정의 자세로 그날의 기억, 냄새, 감촉을 떠올리며 용기 있게 범인의 단서를 찾아 나간다.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용기를 내자. 나는 절대 죽을 수 없다!”(본문 中)

<소리를 삼킨 소년>은 제10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자, 아동학대의 트라우마를 가진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다. 장애, 아동학대, 살인사건이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주인공 태의의 엉뚱하고 순수한 시선으로 재미있게 풀어낸다. 

동그래진 아빠의 눈이 굴러 떨어질까 아빠 얼굴 아래에 손바닥을 펼친다든가, 쓰레기 무단 투기를 욕하는 범인에게 살인과 쓰레기 무단투기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양심 없는 짓인지 범인과 자신과의 견해차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태의는 비유법과 화자의 의도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간이 떨어질 뻔했다는 건 진짜로 간이 떨어진다는 말이 아니다. 이건 비유법이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다는 말은 정말로 김 서방을 찾는 게 아니다’ 등 반복되는 강조가 재밌다.   

연일 보도되는 아동학대 관련 뉴스에 마음이 아프다. 지금도 학대와 훈육사이 모호한 경계에 놓였다하여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상처 입은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태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점점 치유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가는 과정에서 감동과 희망을 느꼈다. 

한 뼘 더 성장한 태의를 보며 관심과 사랑이 주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다. 앞으로 소리를 삼키는 아이가 없는 세상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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