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필요성 널리 알릴 터”
체육·문화예술 인프라 조성 앞장
2012년 평택예닮대안학교 설립
“더 많은 학생이 소외당하지 않고 대안학교를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의의 사고
서울 종로에서 태어난 신윤철(75세) 평택예닮대안학교 이사장은 어린 시절 한국전쟁을 몸소 겪었다.
“아버지가 양화점을 하셔서 먹고 살만했지만, 전쟁으로 인해 몇 년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2년간 경기도 여주 외갓집에 맡겨지기도 했죠. 전쟁 이후엔 가족 모두가 원주에 정착했어요”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그는 가족 모두와 함께 평택으로 이주했다.
“아버지 형제분들이 모두 송탄지역에 계셨는데, 그 영향으로 저희도 송탄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당시 송탄은 원주보다 아주 작은 도시였던 데다 미군들이 많아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죠”
쾌활하고 활동적이었던 신윤철 이사장은 어린 시절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친척들 모두 제게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저희 집이 경제적으로 제일 나았기에 학업을 이어가기도 유리했죠. 하지만 중학교 3학년 시절 당한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게 됐습니다”
평택중학교까지 가기 위해 매일 기차를 타고 등교했던 그는 어느 날 기차에서 추락해 왼팔을 심하게 다쳤다.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워낙 심하게 다친 데다 당시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탓에 오랜 기간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감염된 팔로 인해 온몸에 염증이 생겼고, 2~3년 뒤에는 결국 팔을 절단해야만 했죠”
신윤철 이사장은 6년간 후유증에 시달리면서 책 속에 빠져 살았다. 동네 선배들이 빌려다준 책은 그에게 유일한 삶의 낙이었다.
사회의 문을 열다
후유증이 모두 사라질 무렵 20대 초반이었던 신윤철 이사장은 복창동에 큰 방을 얻어 홀로 생활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홀로서기를 택했습니다. 처음엔 당시 중학생이었던 친척동생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공부를 가르쳤죠”
친척동생의 친구들을 대상으로 시작한 무료과외는 점차 입소문이 나면서 더욱 많은 동네 아이들이 모였다.
그는 후배들을 불러 모아 송탄축구협회를 만들기도 했다.
“이때 일자리가 없어 취업에 실패하고 방황하던 후배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송탄축구협회를 만들고 체육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했죠”
이 무렵 신윤철 이사장은 지인이 하던 체육사를 인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체육사를 운영했기에 송탄축구협회 활동을 더욱 지원할 수 있었다.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송탄테니스협회, 송탄볼링협회를 만들 당시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평택시체육회나, 장애인체육회의 기반을 닦는 데도 기여했죠”
그는 체육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80년대 중반 늘고운합창단을 결성해 활동하던 당시 그는 음악협회를 만드는 등 송탄예총의 설립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신윤철 이사장은 농아인을 위해서도 오랜 기간 봉사했다. 그는 한국농아자활복지회를 설립해 정부의 지원 제도가 생기기까지 무려 27년간 농아인과 함께 생활하며 이들을 도왔다.
평택예닮대안학교
신윤철 이사장은 오랜 기간 송북초등학교와 은혜고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중도에 퇴학을 당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피해자이면서도 집안에 힘이 없어 억울하게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됐습니다. 고민하던 끝에 대안학교를 세우기로 마음먹었죠”
그는 대안학교를 설립하고자 했지만, 워낙 하는 일이 많은 데다 장소를 마련하기가 어려워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2년 3월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신장1동사무소가 이전하게 되면서 그 자리를 얻어 평택예닮대안학교의 시초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여러 지원 제도가 생겨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처음 5~6년간은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평택시북부학원연합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학원 원장님들이 매주 강사료도 없이 수업을 진행하느라 오랜 기간 고생하셨습니다. 또 저희 교무부장과 행정실장이 학교 설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정말 많이 고생했죠. 이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평택예닮대안학교는 상상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평택예닮대안학교는 2021년까지 모두 69명의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 중 21명은 대학에 진학해 더 큰 미래를 꿈꾸기도 했다.
그는 이후 더 많은 학교밖청소년이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도록 주변 지자체에도 대안학교 설립의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신윤철 이사장의 이러한 노력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나오게 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