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용역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고용 승계가 돼야
마땅하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항 제4부두에서 컨테이너 작업을 하는 트레일러 기사, 장비 운전사, 게이트 노동자 등 다섯 명은 지난 2021년 12월 31일에 거리로 쫓겨났다. 기존 용역업체가 교체되면서 정확한 이유도 모르는 상태로, 신규 용역업체와의 고용계약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우리와 일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회사와 진행한 5분짜리 면담에서 들은 이야기의 전부이다.

해고된 다섯 명의 노동자는 모두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이 40만 TEU를 넘는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노력했던 숨은 일꾼들이다. 그중에는 10년이 넘도록 터미널 초창기부터 장비 운전과 신입사원 교육을 담당하며 현재의 면모를 갖추도록 애써온 최고참 노동자가 있는가 하면, 장비 작업반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동료들을 챙겨온 두 딸의 아버지도 있다. 그의 두 번째 딸이 태어난 지 불과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누군가에는 원청에서 입찰을 받기 위해 손쉽게 써놓는 ‘계약 해지’라는 네 글자가 어떤 이에게는 생명줄인 밥줄을 끊어놓은 살인 행위이다.

더욱이 용역업체 관리자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기한 여성 노동자는 계약을 거부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일으킨 당사자는 관리직 자리를 유지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사실 이들의 신분은 용역회사에 소속된 기간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최저 입찰로 도급 사업을 수주하는 용역업체에 소속돼 최저임금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으로 시급을 책정하는 낮은 임금 체계와, 화물 출하 시간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운영되는 차량과 선박 운항에 따라 들쑥날쑥한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직률이 높은 사업장이었다.

2019년 민주노조의 설립으로 차근차근 근로조건의 개선이 이루어졌고 용역사와의 단체협약을 통해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한 곳이다. 그동안 용역 업체 변경이 있었지만, 고용승계는 특별한 문제없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원청사에 의해 도급사로 선정된 지 1개월 남짓한 A 모 기업이 60여 명의 트레일러와 장비 기사, 게이트 직원 등으로 구성된 도급 사업에서 인원을 감축할 요인이 없지만 해고를 자행했다. 이는 이후 용역회사에서 새로 입사시킨 사람들이 경력사원인 것을 보면, 해고하기 위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불과 얼마 전 평택항에서 일어났던 고 이선호 님의 죽음을 기억하고 있다. 고 이선호 님과 고인의 아버지인 이재훈 님은 용역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였다. 원청과 하청 그리고 일용직 노동자가 혼재된 현장에서 일관된 안전 관리와 작업 체계도 없이 진행되었기에 벌어진 산재사망사고였다. 

원청사인 평택컨테이너터미널 주식회사는 최대 주주인 한진을 비롯해 장금상선, 경기도, 평택시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공공기관인 경기도와 평택시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운영사라면 국가 항만 시설인 평택항의 안전과 시민들의 일자리 안정을 위해서라도 응당 직접 고용을 요구해야 한다. 최소한 용역 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고용 승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마땅하다. 그것이 고 이선호 님의 죽음에 대한 빚을 조금이라도 갚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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