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으로 회원 화합 도모할 터”

 

2020년 평택시지부장 취임
24년째 서정리엔두부 운영

 

 

“회원들이 더욱 애정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박석준 선생을 만나다
이종준(58세) 한국서예협회 평택시지부장은 평택시 신창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의 부모님은 황해도에서 피난길에 올라 평택에 정착했고, 이곳에서 4남매를 키웠다.
이종준 지부장은 앞장서서 나서기보다는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고 친구들을 돕는 책임감이 강한 소년이었다.
무엇보다 감성적인 분야에 두각을 보였다. 글짓기나, 미술, 음악이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공부는 곧잘 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고교 시절에는 미대 진학을 꿈꾸기도 했죠.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포기했습니다”
대학에 가서 불문학을 전공한 이종준 지부장은 2학년 시절 군 입대를 앞두고 헛헛한 마음을 달래고자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원래 펜글씨를 곧잘 썼고, 서예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평택에 유명한 서예가가 누가 있는지 찾았습니다. 그렇게 송정 박석준 선생님을 알게 됐고, 수소문해 서실을 찾아갔죠”
송정 박석준 선생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찾아오는 이들을 가르쳤다. 이종준 지부장은 군에 입대하기 전 6개월간 선생 아래서 서예 실력과 마음을 단련했다.
“선생님은 수업료를 강요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냥 가르침을 받기가 죄송해 몰래 책상 서랍에 수업료를 두고 오곤 했죠. 입대하기 직전엔 평택에서 송탄까지 와 용돈을 쥐어 주셨는데,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죠”

두부가게를 운영하다
이종준 지부장은 대학 졸업 후 4년간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매해 반복된 과도한 업무는 그를 지치게 했다.
힘든 출판사 업무를 피해 신문사를 선택한 이종준 지부장은 한국일보 교열부에서 일했다. 하지만 매사에 남들과 부딪치고, 지적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평택에 내려와 쉬었습니다. 당시 직업병으로 난독증이 생겨 책 읽기는 물론, 가만히 앉아 TV도 보지 못했죠”
안정을 되찾아가던 어느 날 그는 수원에서 두부전문점을 운영하던 친구의 권유를 받고 1999년 서정리전통시장에 두부가게를 차렸다.
두부 만드는 일이 굉장히 고됐지만, 이종준 지부장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친절한 서비스, 최고의 품질, 청결한 위생, 철저한 재고관리, 착한 가격 등 다섯 가지 기준을 내걸고 계속해서 지켜오고 있습니다”
그는 대기업이 아닌 민간업체에서는 처음으로 밀키마그네슘을 사용했다.
“밀키마그네슘을 간수로 사용해 더욱 부드럽고 탄력 있는 두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서울이나 부천 등지에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저를 찾아오기도 했죠”
직접 ‘서정리엔두부’라는 브랜드를 내걸기도 한 이종준 지부장은 현재 경기남부 두부가공업자들을 대표해 경인서울콩가공협동조합 이사,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감사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서예협회 평택시지부
이종준 지부장은 두부가게 운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박석준 선생을 찾았고, 한국서예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가게 운영으로 바쁠 때는 잠시 중단하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선생님을 사사 師事했습니다. 체본 體本을 보고 쓰는 임서 臨書를 통해 선생님의 필체를 배웠죠. 선생님은 행초서의 대가이자, 평택의 자랑이십니다”
그는 오랜 기간 상임부지부장과 감사를 지낸 뒤 2020년 지부장을 맡게 됐다.
“흔히 저를 코로나 지부장이라고 부릅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죠. 많은 행사가 중단됐는데, 한중교류전의 경우 그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큰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종준 지부장은 중국 작가들에게 작품을 전달받아 전시회를 여는 형태로 교류전을 지속했다. 그 결과 코로나19가 성행한 2020년과 2021년에도 제17회·제18회 한중서화문화교류전을 무사히 치러냈다.
“한중교류전은 한국의 서예와 중국의 서법을 서로 체감하고 교류를 통해 상호발전을 도모하는 행사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적 교류를 하지 못해 아쉽지만, 올해에도 교류전을 잘 치러낼 계획이에요”
초등학생 늦둥이 막내아들을 위해 두부가게 또한 계속해서 운영할 계획이라는 이종준 지부장은 점차 서예에 몰입하는 시간을 늘려가며 송정 박석준 선생의 제자로서 그 명맥을 이어갈 것이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부족했던 회원과의 소통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라는 그는 이를 통해 회원 간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이종준 지부장의 이러한 노력으로 평택의 서예 문화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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