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미군 당국에
‘통일된 방역정책’을 제시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평택보건소는 성탄절 연휴 이후 미군부대를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8일까지 신장동 일대 주민들 775명을 무작위 채취한 검체 샘플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 의뢰하였다. 분석 의뢰한 결과, 양성반응이 62건, 그중 89%인 55명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이었다. 감염경로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미군이다.

미군은 2021년 성탄절과 연말을 전후로 부대 내·외에서 파티를 벌였고, 미국으로 휴가를 떠났던 장병들이 복귀했다.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가 이미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환자가 급증한 상태다. 중앙언론에서는 평택 미군 확진환자 90%가량이 오미크론 감염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평택시는 미군에게 긴급방역을 요구했다. 이에 윌러드 M. 벌러슨 미8군 사령관이 지난 1월 7일 직접 평택시에 방문해 코로나19 협력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번 논의에서 정장선 평택시장은 “앞으로도 평택시와 미8군 사령부가 통일성 있는 방역정책을 시행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벌러슨 사령관은 미군 구성원들은 강화된 방역지침을 운영 중이라며 지역사회와 상권 발전을 위해 주한미군이 승인한 접종확인증을 평택시가 홍보해줄 것을 역으로 요청했다. 벌러슨 사령관의 답변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긴급상황에 대한 미군의 인식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먼저 평택시의 통일된 방역정책 제안에 대해 벌러슨 사령관은 “미군 자체 방역지침 운영 중”이라며 명확한 거절을 표현했다. 이것은 “코로나 상황을 평택시와 긴밀한 협조 체계를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사령관의 마지막 멘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기대한다’는 표현은 해석의 여지도 많거니와 사적인 자리에서 많이 쓰는 표현이다. 긴급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그뿐인가, 지금 같은 위중한 상황이 미군의 접종 확인증을 지역에 제대로 홍보하지 않아 일어났다는 뉘앙스는 책임을 떠넘기는 미군의 오래된 습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평택시와 주한미군은 코로나19 워킹그룹 회의, 영외 공동 순찰, 코로나 관련 정보 공유를 위한 상시 연락체계 유지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상호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2020년 4월 와인바 무더기 확진환자 발생, 평택 미군 72명 무더기 코로나 양성 판정과 평택시에 거주하는 미국 국적 민간계약직 노동자 정보 미공개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미군기지에 대한 ‘코호트 격리’ 목소리가 나오면서 시민사회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상호 협력체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민들을 보호하는 정책과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평택보건소와 송탄보건소의 사전 조치와 미군에게 긴급방역 요구한 평택시의 적극적인 대응은 박수 받을만하다. 하지만 미군기지는 치외법권지역이다. 지자체는 미군에 대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 지자체에서 이 정도로 대응했다면 이제는 질병관리청과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지역사회의 불안을 해소하고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미군은 평택시의 방역 조치에 적극 따르고, 한국 정부는 미군 당국에 ‘통일된 방역정책’을 제시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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