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가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재해에 대한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해 산재를 줄이겠다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해라는 의미가 무색하다.

지난 2월 13일 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사망사고 속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월 12일까지 산업재해로 노동자 1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중대재해는 무려 43건이나 발생했다. 속보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2월 12일 오후 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항만 하역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숨진 사건을 포함하면 44건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발생한 중대재해는 13건이다. 이 중 10건이 50명 미만 기업에서 발생했다. 여전히 77%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5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된 중대재해는 3건인 셈이다. 예견된 일이지만 책임을 방기한 국회의 책임이 크다. 국회 의석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집권 여당, 문재인 대통령이 산재 사망률을 50% 줄이겠다고 한 약속은 물거품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중대재해 다수가 여전히 50명 미만 규모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고 사망사고가 줄고 있지 않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을 재개정하는 것이 아주 상식적인 순서가 아니겠는가? 안전보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 828명의 80.7%인 668명이 50명 미만 기업에서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회피만 골몰하는 기업의 인식이 전화되지 않는다면, 산재사망사고를 줄이는 일은 요원할 뿐이다. 또한 50만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부족한 지원 문제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을 공사 금액이나 사업장 노동자 수와 무관하게 전면 적용하고 발주처의 공기 단축 강요에 대한 처벌 등의 조항도 신설돼야 한다.

더욱이 대기업을 비롯한 원청 사업주들이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는 현실부터 지금 당장 개선해야 한다. 지난해 용역사 교체로 12월 31일부로 해고된 다섯 명의 노동자가 일하던 평택항 컨테이너터미널만 보더라도 위험한 장비가 즐비하지만, 정작 장비 운용은 용역업체가 위탁하고 있다. 위험한 업무를 외주한 것이다. 그마저도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1년 단기 계약직 신분이다. 이렇게 고용이 불안한 현실 아래에서 어떻게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자신의 안전 문제를 원청사에 요구할 수 있겠는가? 원청은 어떻게 해서든 비용을 줄이려 혈안이고 용역 업체는 어떻게 해서든 제일 낮은 가격으로라도 계약을 해서 조금이나마 이윤을 확보하고자 발버둥 치는 현실 아래 죽어 나가는 것은 노동자일 뿐이다. 이번에 사고를 낸 인천항의 야드 트레일러 기사도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평택항에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다섯 명은 누군가의 소중한 남편이고 아내이며 아들이고 딸이다. 그 현장에 경기도와 평택시가 각각 5%와 2%의 주식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실적에 따른 이익 배당금을 받고 있다. 2월 15일 현재 다섯 명의 평택항 해고 노동자들은 46일째 출근 투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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