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소음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군용비행장·군사격장 소음 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인 ‘군소음보상법’은 군용 비행장과 사격장 등 군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 방지와 보상을 위한 법으로, 올해부터 시행됐다. 피해 주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3년마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처리 현황과 결과 확인 등이 용이하도록 만든 법이다.

법이 만들어진 뒤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소음대책지역 90곳을 지정했고, 올해부터 1인당 월 6만원에서 3만원까지 피해보상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주민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법안에 포함된 감액 기준을 문제로 지적한다. 피해 주민이 보상을 신청한다고 해서 무조건 전액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행령을 살펴보면 여러 감액 기준이 있다. 월별 실제 사격 일수, 국외 체류 기간, 거주 기간 등을 따져 감액하기도 하고 주민의 근무지나 사업장 위치도 감액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대책 지역으로 전입한 시기에 따라 감액하는 부분인데 1989년 이후 전입한 주민이라면 보상액의 30%를, 2011년 이후 전입했다면 50%을 깎는다. 왜 이런 감액 기준이 만들어지게 된 걸까.

감액 조항이 생긴 이유는 ‘군소음보상법’이 10여 년 전 대법원 판례를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10년 판결에서 1988년 매향리 사격장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이후 이사한 주민은 소음피해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보상을 적게 해도 된다고 판단했다. 이 기준을 그대로 가져오는 바람에 모든 비행장과 사격장 주변 주민들도 1989년 이후 이사했으면 온전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됐다. K-55 평택오산미공군기지는 1989년이라는 감액 기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전문가들은 애초 법 제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20대 국회에서만 해도 군 소음 관련 의원발의가 13건이 있었고, 2건의 청원이 제출돼 2019년 10월 31일 서둘러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준비 없이 의결되다 보니 13건의 발의 내용을 섞어서 법률안을 만들었고 내용은 그만큼 허술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은 주민 권익을 위한 법이라기보다는 국방부 예산을 줄이려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다. 주민 의견수렴기구가 없으며 군 소음 저감 계획 또한 확실하지 않다. 이렇듯 법령이 허술한 이유는 명확한 기준이 먼저 만들어지지 않은 채 피해보상법부터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군소음보상법’에 따른 모든 불만은 해당 지자체가 그대로 떠안고 있다. ‘군소음보상법’의 시행 주체는 국방부다. 해당 지자체는 전달자에 불과하다. 군 소음과 관련해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주민의 의견을 모아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대변해도 국방부는 “법대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도 피해 당사자다.

현재 ‘군소음보상법’ 개정 발의안 8건이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군소음보상법’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이라도 현실에 맞게, 지역상황에 맞게 개정이 필요하다. 일본 등 해외사례처럼 주민이 원하는 방음 대책 비용을 지원하거나 군 스스로 소음을 줄이는 노력을 추진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군소음방지법’ 제정을 통해 군 소음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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