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수 기념사업 토대 만들 터”

 

29년간 교사생활, 국문학 박사
박석수 전집 완성이 최대 목표

 

 

“시인 박석수를 기념하고 연구하기 위한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결핍의 성장기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성장한 우대식(57세) 박석수기념사업회장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면서 외로운 성장기를 보냈다.

“시 쓰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결핍의 소산이라고 하죠. 저는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의 부재가 근원적으로 ‘왜 사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죠”

성장기 혼란을 겪고 있던 그에게 고교 시절 만난 친구들은 큰 힘이 됐다.

“취업을 위해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교과목이 적성에 맞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난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죠”

우대식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1년여간 일했다. 하지만 회사 업무 역시 적성에 맞지 않았고, 결국 대학 진학을 결심한다.

“퇴직금으로 학원에 다니며 학력고사를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만족할만한 점수가 나왔고, 이웃 어르신의 도움으로 대출을 받아 숭실대 국문과에 진학했죠. 운이 좋게도 교수님 추천으로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군에 다녀온 뒤 과외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그는 1992년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 무렵 진위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평택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박사, 시인이 된 교사

교사 생활과 함께 시작한 석사 과정은 무려 5년이 지난 뒤에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교통편이 열악해 몇 차례 환승한 끝에야 대학원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위를 취득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2년 뒤에는 오랜 기간 구독해온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에 성공했다.

등단 이후에도 학문에 대한 우대식 회장의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몇 년 후 그는 평택과 비교적 가까운 아주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과정에 도전했다.

“박사 과정을 하면서 광복 이후 한국의 시 문학사를 연구했는데, 당시 일주일에 두 번은 광화문에 위치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를 찾아가 자료를 찾곤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지난 2020년에는 무려 29년간 자리를 지켜온 교단에서 내려왔다. 정년보다 빨리 명예퇴직을 선택한 이유는 문학인으로서 자유를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

퇴임 후 문학 활동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한 우대식 회장은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없기에 지금도 계속 공부한다는 그는 당분간 창작 활동과 강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박석수를 기록하다

우대식 회장은 안성 출신 임홍재 시인을 연구하던 중 평택 출신 시인이자 소설가인 박석수를 우연히 알게 됐고, 당대에 뛰어난 문학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10년에는 박석수 시인의 작품을 모아 <십자가에 못박힌 한반도>라는 시집을 냈는데, 이후 지역에서 박석수를 기념하기 위한 단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제가 직접 나서기는 힘들지만, 박석수 시인을 기념하는 데 있어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지난 2017년 박석수기념사업회가 창립됐고, 지금은 돌아가신 이성재 회장님이 사업회를 이끌었죠”

박석수기념사업회는 박석수 시인의 고향인 송탄지역에 추모시비 건립과 묘 이전 사업을 추진했고, 그러던 중 지난 2019년에는 이성재 초대회장이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초대회장님이 돌아가시고 제가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저는 다른 것보다도 박석수 시인을 연구하기 위한 책을 내는데 몰입할 계획이에요. 박석수 시인을 알리고 기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와 관련된 자료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우대식 회장의 노력으로 박석수기념사업회는 지난 2021년 박석수 25주기 기념전집 1권 <외로운 증언>을 출간한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2권 <동거인>을 출간했다.

“잠정적으로 6~7권 가량의 전집을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안에 박석수의 작품과 인생, 그 작품에 대한 평론을 담아내고 싶어요”

우대식 회장은 전집을 완성한 뒤 다시 회원으로 물러나 연구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문학 활동을 계속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희곡을 쓰는 것이 그의 희망사항이다.

박석수기념사업회는 최초로 지역 문학인을 조명하고 기념한다는 차원에서 뜻깊은 일을 추진하고 있다. 우대식 회장과 사업회의 노력이 평택의 문화예술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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