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또 다른 소외가 발생하지 않는
세심한 복지를 실현해 달라

 

▲ 한덕진 이사장
평안밀알복지재단

새로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필자는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활동해온 한 구성원으로서 부족하지만, 새 정부에게 바라는 장애인 복지 정책과 당부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복지는 획일적이면서 집단적인 돌봄을 우선으로 제공했고, 정책으로서는 시혜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복지는 필연적으로 장애인의 개별성과 인권을 염두에 두는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획일적인 관리 등으로 인해서 인권의 침해와 비인간성 등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수준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장애인계에도 상당한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은 국가 경제의 부흥과 민주화의 결과로 생겨난 시민의식과 인권의식의 성장에 근거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장애인 복지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장애인의 개별성과 독립을 지원하고,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와 지역사회의 돌봄을 중시하는 복지로 그 흐름이 전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분야는 장애인의 개별성과 주도성, 그리고 인권의 문제를 보장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거나 개선하는 것이다. 특별히 이미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의증진법’ 등을 보다 강화해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대우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법을 어기는 대상을 제재하는 것과,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과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 인권과 더불어 가장 필요한 정책은 장애인 복지를 위한 사회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종합적인 시도를 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사회에서 불편함 없이 살아가려면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등의 다양한 영역은 물론, 도시 계획과 설계까지 고려해야 한다. 장애 때문에 불편을 겪거나 차별을 겪지 않도록 하는 종합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한 가지 당부를 더 하자면, 새로운 정부가 약속한 장애인 복지의 ‘개인예산제’를 통해서 장애인 스스로가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단초를 잘 만들기를 바란다. 장애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좋은 취지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다양하게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새롭게 장애인복지 정책을 세울 때에는 규모와 숫자를 보이기 위한 정책은 삼가기를 정중하게 부탁한다.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장애인활동지원사업과 같은 경우 정부가 숫자에 집착한 결과, 국가예산으로 시행되는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활동지원사들이 법정임금을 받지 못하는 웃픈 일들이 지난 14년간 계속됐다는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새로운 정부가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서 장애인의 개별성과 자기 결정권, 그리고 독립생활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세심하게 설계해 시행해주기를 간곡하게 부탁하는 바이다. 더불어 장애인 복지의 다양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또 다른 소외가 발생하지 않는 세심한 복지를 실현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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