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6월 지방선거에서는
문화정책이 우수한 후보에게
표가 쏠릴 법도 하다

 

▲ 백승종 전 교수
서강대학교

지난 3월 18일 합정동 통미마을 작은도서관에서 ‘소사동 대동비 문화권역’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금요포럼’을 비롯한 몇 개 시민단체가 모임을 공동주최하였고, 거기서 필자는 발제를 맡았다.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도 제시되었는데, 지정토론을 해준 김승겸 평택시의회 의원, 이광섭 평택시문화관광해설사, 박명진 사회적협동조합 공장 사무국장 그리고 김진웅 선생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토론회에서는 다섯 가지 쟁점이 강조되었다. 첫째, 평택시에는 시민이 잘 모르는 문화유산이 아직도 많다는 점인데, 세조와 영조 임금님 등의 휴게 공간이었던 어막대가 그러하다. 아직도 문헌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평택의 문화유산이 적지 않다. 전문적인 연구를 충분히 뒷받침한다면, 훨씬 더 풍성한 스토리텔링이 시민에게 제공될 길이 열리겠다.

둘째, ‘문화권역’이란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소사동 대동비 문화권역만 해도 청동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문화유산이 있다. 서 말 구슬이 있어도 실에 꿰지 않으면 가치는 줄어든다. 우리 시를 여러 문화권역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유적의 보존관리도 편리해지고 문화재에 관한 시민의 흥미와 관심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셋째, 역사문화 자원과 생태환경 자원은 하나로 연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이다. 가령 대동법시행기념비 부근에는 수백 년 된 당堂 나무도 있고, 돌로 된 미륵불도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유서 깊은 소사원 옛길을 지나던 행인과 상인이 안녕과 행운을 빌던 풍습이 있었다. 작년에 누군가 이 미륵불을 어디론가 가져가 버렸다. 미륵불을 되돌려 놓고 시민과 당국이 협력해서 옛 풍습을 재현하면 어떠할까. 시민의 기쁨이 커질 것이다.

넷째, 역사문화유산을 박제화하지 말고, 현대인과 함께 살아 숨 쉬게 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문화권역은 평생학습의 장이면서도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잘 가꾸면 좋겠다. 

끝으로, 훌륭한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을주민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어야겠다. 문화재 때문에 오랫동안 개발 제한으로 묶이기만 하면 주민이 문화재를 재앙의 원천이라고 여기게 된다. 물론 함부로 난개발을 부추기자는 뜻이 아니다. 당국은 현지 주민은 물론이고 전문가, 다수의 시민과 머리를 맞대고 현명한 방법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있으면 누구나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들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나라 안팎의 선례를 잘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한 가지 사실을 거듭 확인하였다. 역사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려는 시민의 열망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열기를 나는 요즘 피부로 느낀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다. 문화적 욕구가 강한 중산층이 우리 평택시에 속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평택시 당국이나 지역 정치가들도 이런 형편을 잘 알 것이다. 다가올 6월 지방선거에서는 아마도 문화정책이 우수한 후보에게 표가 쏠릴 법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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