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군사안보정세에
어떤 의미와 영향을 가질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발표하는 것이 많다

 

▲ 임윤경 대표
평택평화센터

윤석열 당선자가 새로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결정했다. 이제 대통령 국방부 한집살림 용산시대가 열릴 모양이다. 민생 사안이 아닌데도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당선인 1호 공약이 되었다. 집무실 이전의 명분이나 법적 근거는 차치하더라도 처음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가 용산으로 바꾸는 과정 또한 설명이 없다. 선거 과정에서 국민과의 소통을 굉장히 강조했던 윤석열 당선자. 이번 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나 의견 수렴 과정마저 생략했다.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중요한 장소가 한 데 모여 있다는 취약점, 이전 비용으로 496억 원 정도의 예산을 정부 예비비로 쓰는 게 가능한지,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하더라도 폐쇄된 청와대 공간을 벗어나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용산공원을 신속히 조성하겠다는 것은 미군기지 반환 절차와 오염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

용산공원종합기본계획상 오염 정화부터 공원 조성까지는 반환 시점부터 7년 이상 소요된다. 반환 협정이 있던 2004년 한미 양국이 ‘YRP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모두 금방이라도 용산기지 터를 돌려받을 것처럼 청사진을 그렸다. 하지만 2008년 이전을 완료하겠다던 계획은 2016년, 2018년 연기되다가 실제 반환이 시작된 것은 15년이 지난 2019년부터였다.

미군기지의 반환이 이토록 더딘 이유는 환경오염 문제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미군기지 반환을 받았을 때마다 미군기지 오염정화 책임, 환경관리 방안, SOFA 개정에 대한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협상의 쟁점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 문제에 있기 때문이다. 오염은 미군이, 정화는 한국 정부가 하는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용산은 국내 미군기지 중 가장 많은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토양지하수 오염 또한 심각한 곳이다. 이런 모든 사안들을 무시하고 신속하게 반환받아 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은 미군기지 반환 절차와 환경오염에 대한 무지함을 방증하는 것이며 이곳을 이용하게 될 국민들의 안전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

미군기지 내 오염정화 기준 정량화, 국내 환경법 적용, 정보 공개 등 미군기지 반환 협상을 통해 여러 개선안을 만들어가야 할 주체는 차기 정부다. 당면 과제를 져버리고 ‘집무실 이전’을 위해 용산공원 조성을 졸속 추진한다면, 용산기지뿐만 아니라 향후 국내 미군기지 환경 문제를 개선하고 해결할 기회를 버리는 것이다. 부산, 춘천, 의정부 등 과거 반환받은 미군기지 상당수가 오염 문제로 새로운 공간 조성에 차질을 빚었던 것, 혈세를 쏟아 부었던 전력을 잊지 말아야 한다.

‘QUAD 쿼드’의 정식 가입, 한미연합훈련 재실시, 사드 추가 배치 등 윤 당선자의 군사안보정책은 한반도의 군사안보정세가 어떤 의미와 영향을 가질지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 졸속으로 표명, 발표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이런 군사안보정책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는 지역이 평택이라 더욱 곤두설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시민사회의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정책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던 윤석열 당선자에게 미군기지로 인한 주민피해, 환경오염과 정화 문제, SOFA 협정 개정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차기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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