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촌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상실하지 않도록 해야

 

   
▲ 김태정 소장
두레방

5년 전 여순항쟁사건을 기억하는 1박 2일 역사기행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서울에서의 활동을 접고 제주도로 새로운 활동을 한다고 근황을 알렸다. 여순항쟁사건을 기억하는 이 여행처럼 제주4.3의 역사와 기억해야 할 제주의 역사를 알리고 공유하는 활동이라고 했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기지촌여성들의 이야기 또한 다크투어로써 많은 사람에게 역사를 기억하고 공유하는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지촌이라는 촌락이 생긴 역사적 배경과 그 안에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부터 기지촌여성들의 이야기까지 여태껏 역사책에서도 배우지 못한 부분들을 알 수 있는 그런 전문역사여행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생각을 이어가고 있던 중 2021년 평택에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이 설립됐다. 생애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삶의 끝에 자신들의 이야기를 증언할 수 있는 공간으로, 햇살사회복지회와 기지촌여성들이 함께 만들어 간 곳으로 기지촌여성들이 직접 해설에 나서며, 본인들이 받았던 피해내용과 그 당시의 삶을 생생하게 풀어주고 있다.

두레방에서도 기지촌여성과 관련한 역사 활동을 이어왔다. 기지촌여성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를 다니며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과 피해의 사실을 알리는 평화기행 활동이 있다. 빼뻘마을을 시작으로 두레방건물, 소요산 성병진료소, 무연고 묘지, 윤금이 씨 생가, 보산동클럽거리를 방문하며 기지촌역사와 과거 관리대상이었던 기지촌여성들의 삶과 현재 이주여성들의 성 착취까지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이 일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기지촌의 역사와 기지촌여성들의 삶을 알고 돌아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인력이 부족한 점이 아쉬운 부분이지만, 한국에 어두웠던 기지촌의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계속해서 기행이 이어나갈 수 있도록 찾아주는 이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평택의 기지촌여성평화박물관부터 두레방의 평화기행까지 기지촌여성의 역사를 알리고 공유하는 다크투어는 이미 시작됐다.

있어서는 안 될 소식이 전해졌다. 두레방이 있는 빼뻘마을을 재정비 되면서 두레방 건물이 헐린다는 소식이었다. 두레방 건물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기에 이 비보가 너무나 두려웠다. 두레방 건물은 과거 기지촌여성들의 성병을 관리하는 보건소 건물로 기지촌여성들의 아픈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이 건물을 잘 보존하고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해 기지촌의 어두운 역사를 알리고 반성과 화해가 있는 곳으로 조성해야 함에도 역사적 감수성 없이 그저 도시개발을 위해 언제든 헐 수 있는, 쓰러져가는 건물로 취급한 행정이 너무나 답답했다.

도시개발은 그 지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에 많은 기지촌이 있고 그 안에서 피해 받은 많은 기지촌여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기지촌 자체가 한국의 어두운 역사의 현장임을 알고 잘 보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민단체와 시민이 있다. 행정은 무분별한 도시개발은 거두고, 기지촌 역사를 기억하고 시민들이 알아야 할 권리를 상실하지 않도록 역사와 공존하는 도시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