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내기용 정책들은 폐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 공일영 소장
청소년역사문화연구소

코로나 팬더믹으로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무너졌다는 걱정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뼈를 갈아 넣는 수고로 갑자기 다가온 미래 수업에 대한 적응의 시간도 없이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면서 학생들을 지켜오고 있지만, 교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학교 현장과의 소통 없이 무책임하게 전면등교를 외치고, 문제가 발생해도 대안은 생각지도 않고 학교 재량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만 대고 있는 교육 당국은 반성해야 한다. 이미 확진환자 수가 한계치를 넘은 듯하지만, 자가진단키트는 아직도 교사가 하나하나 재포장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교사는 수업 전문가다. 그 어느 것도 수업에 우선한 것이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 현장은 수업은 뒷전이요 각종 행정 업무와 잡일로 허덕이다 교과서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수업에 들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교사는 행정전문가가 아니지만, 현장에서는 행정전문가를 원하고 양산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잘해야지 소위 승진에서도 유리하다. 수업을 잘해서 승진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필자가 재외한국학교에서 근무했던 5년의 시간 동안 외부 공문을 접수해본 경험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에는 온전히 다음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교재 연구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도 학교는 아주 잘 돌아가는데 대한민국은 왜 이럴까? 왜 국회의원의 요구 자료는 죄다 긴급 요청으로 오는 걸까?

오는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각지의 자치단체장과 교육감 선거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의 후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를 통해 코로나 팬더믹으로 힘들어하는 교육 현장의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교육감이 선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듯해서 걱정이다.

언제부터인가 정치적 영향력이 교육 현장에 미치는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교육감을 임명제나 간선제로 선출할 때에는 교육계 내부의 학연이나 지연 등 파벌 형성이 일어나고, 그에 따른 줄서기와 선거를 도왔던 사람들의 요직 임명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면서 직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직선제 교육감 체제에서도 제 식구 감싸기나 관련자들의 요직 임명 등의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감 출마 선언을 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도 여전히 교사를 수업에 전념하게 해주겠다는 공약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다. 선심성 공약처럼 보이는 것들도 당선되면 1, 2년 후 폐지되고, 다음 선거를 위한 유권자 잡기에만 급급한 모습이 안타깝다. 제발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 쓸데없는 예산 내려주고 마음껏 쓰지도 못하게 하는 생색내기용 정책들은 폐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면서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것이 대한민국이 사는 길이요 미래 세대를 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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