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넘어 꽃피는 들판을 지나
일상 회복으로의 반환점을 향하여
힘껏 내 달리며 봄을 만끽해보자

 

▲ 권혁찬 전 회장
평택문인협회

봄소식이 완연해지자 여기저기 상춘객 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코로나 확진환자가 다소 감소 추세를 보이면서 그동안 집에만 머물던 답답함 들을 털어 버리기 위해 서둘러 길을 나선 사람들이 늘어난 듯싶다. 

참으로 길고도 고되었던 코로나 정국과 정세의 불안정 등의 요인이 가슴을 졸이게 했고, 급변하는 주변국들의 경제 불안으로 인해 파생된 물가 불안정 등이 우리네 생활의 활기를 가라앉게 했다. 내일을 알 수 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던 코로나 확산 소식을 접하면서 과연 봄은 찾아올 것인가를 걱정하기도 했다. 점점 가라앉아가는 온 국민적 의기소침은 극에 달한 듯 암울했고, 나의 이웃 가족들이 확진과 격리를 반복하면서 점점 급습해오는 공포의 나날을 지내 온 것도 사실이다. 일상 자체가 온전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매월 함께하던 가족모임을 2년여 동안 한 번도 갖지 못했고, 해외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자금들을 서로 나누어 생활비로 써버리기도 했다. 생일모임은 물론 집안의 대소사도 모두 중단했고 심지어 혼례마저 미루고 애사마저도 규모를 축소해 온 세상의 리듬을 비틀리게 했다.

그리고 4월이 되었다. 참으로 길고도 고된 역경의 시간들이 물러가고 있는 것 같아 상당히 고무적이다. 산수유 노란 꽃이 그 첫 번째 입을 열었다. 뒤이어 화색을 띈 개나리, 매실 꽃이 정겨운 인사를 건네고 있다. 봄바람에 한껏 부풀어 하나둘씩 터지듯 피어날 각종 봄꽃의 표정이 선연해진다. 긴 겨울보다 더 길어 캄캄했던 코로나 터널을 지나면서 상상만으로도 이미 봄꽃놀이를 나온 듯 발걸음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동면의 터널을 빠져나온 꽃들의 미소처럼 우리 얼굴에도 미소가 흠뻑 깃들기를 기원해본다.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초록이 물들기 시작한 대지를 바라보면서 봄맞이 준비를 서둘러 보련다. 버들가지에 물이 오르고 파란 입새들이 돋아나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 오르는 기분이 든다.

이쯤 되면 이제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 신바람 섞인 욕망들이 용솟음 칠 것이다. 그래 가자, 어디든 가자 꽃이 있고 나무가 있고 대 자연이 있고 초록이 물드는 들판이든 산이든 다 좋다.  훈풍이 불어 닥치는 서해바다면 어떠랴, 얼음이 사라진 동해안이면 더욱 좋을 텐데 이제부턴 용기가 필요하다. 긴 겨울코트를 내려놓고 가벼운 봄옷으로 갈아입고 가슴을 열어 바람을 맞아보자. 속속 파고드는 향기 바람을 맞으며 저 넓은 들판을 송아지처럼 뛰어 보자.

우연히 알게 된 강원도 사투리가 생각난다. “마캉 모이래요” 누구든 좋으니 모두 모여 저기 벌건 진달래 삔달밭으로 한발 치 뛰어 보자. 마캉이란 ‘말끔하게 모두’를 뜻하고, 삔달은 비탈을 의미하는 강원도 방언이다. 맑은 공기 마시며 말끔한 마음으로 아무런 이유와 조건 없이 함께 모여 이 자연을 만끽 하자는 의미이다. 마캉 온 강산에 봄이 왔으니 이참에 코로나 시름일랑 모두 잊고 저 언덕 넘어 꽃피는 들판을 지나 일상 회복으로의 반환점을 향하여 힘껏 내 달리며 이 봄을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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