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뻗어가는 사회적기업 될 것”

 

의류학 전공 후 가야금 전공 도전
2018년 고용노동부 사회적기업 인증

 

 

“공연예술하는 후배들의 울타리가 되고 싶습니다”

 

평택에 정착하다

서울에서 성장한 허지혜(41세) 대표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음악과 미술 등 예체능에 많은 흥미를 느꼈다.

네 살 때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배운 그는 고교 시절 뒤늦게 입시를 준비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했다.

대학 생활에 몰두한 허지혜 대표는 졸업하기 전 일찍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학에 가서 방학이 되면 미술학원에 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장소와 모델을 섭외해 패션쇼를 열기도 했습니다. 4학년 2학기 때는 운이 좋게도 의류회사에 특채로 취업할 수 있었죠”

첫 회사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시각적으로 연출하고 관리하는 ‘VMD 비주얼머천다이저’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모피회사를 거쳐 ‘질 샌더’ 브랜드를 담당하는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았다.

“남편과 만나 2006년 결혼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접고 평택으로 내려오게 됐습니다. 남편은 평택에서 시어머님의 사업을 돕고 있었죠. 처음엔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었죠”

허지혜 대표는 6개월 만에 직장을 구해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도 했지만,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모두 포기하고 다시 평택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

 

가야금을 배우다

허지혜 대표는 아이를 출산한 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2008년부터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전통’이라는 분야가 자신에게도, 외국인이 많은 지역적 특성에도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 결과 가야금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다시 대학에 갔죠”

뒤늦게 다시 시작한 대학 생활은 쉽지 않았다. 특히, 어린자녀가 있는 허지혜 대표에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었다.

“아이와 베이비시터를 데리고 학교에 갔습니다. 빈 강의실에 머물 수 있게 하고 강의를 들었죠. 그렇게 힘들게 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일 년간 국악이론을 배우고, 또다시 일 년간 국악 작곡을 배웠다.

“국악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악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국악음악치료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공 분야가 제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지만, 이때 인연이 닿은 교수님의 소개로 여러 연주하는 후배들을 알게 됐죠”

허지혜 대표는 2014년부터 후배들과 팀을 꾸려 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퓨전국악 앙상블 수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갔다.

“공연을 다니면서 공연료가 정말 적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곳도 있었죠.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극복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사회적기업에 도전하다

허지혜 대표는 공연예술계에 만연한 관습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던 중 사회적기업을 알게 됐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될 수만 있다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후배들이 좀 더 공연 활동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수원에 위치한 사회적협동조합 ‘사람과세상’을 찾아갔습니다. 자문을 구해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도전했고, 2016년 경기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죠”

2018년도에는 사회적기업으로써 고용노동부로부터 인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임금을 지원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기업인들과 교류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의미를 다시 깨달았고, 좀 더 가치 있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결심했죠”

허지혜 대표는 청각장애가 있는 팀원의 고충을 알게 된 뒤 청각장애아동을 돕기로 결심하고 카카오같이가치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020년과 2021년 각각 한 명의 청각장애아동을 지원했다.

“제때 보청기를 교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아동에게 새로운 보청기를 선물했습니다. 이후 해당 아동이 다니는 학교에서 음악회를 열고 저희 공연을 선사했죠. 올해도, 앞으로도 계속 해당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는 공연 활동을 뛰어넘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지난 2020년 법인 명칭을 허지혜컴퍼니로 변경하고, ‘앙상블 수秀’ 이름으로 공연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영국, 홍콩, 핀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을 펼쳐왔으며, 올해 5월에는 이집트 현지 공연을 앞둔 앙상블 수는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써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허지혜 대표가 본인의 바람과 같이 후배들과 함께 멋진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