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일터에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

 

▲ 정종해 공동집행위원
고 이선호님산재사망사고대책위원회

2021년 4월 22일 청년노동자 이선호님은 어머니가 차려준 아침밥을 아버지와 함께 먹고 평택항신컨테이너터미널로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300㎏이 넘는 FR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측은 사고 직후 장례를 치르는 유족을 찾아왔다. “안전모를 왜 안 썼나,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했나” 등 사측 관리자의 발언,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측의 태도는 유족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아무 잘못도 없는 고인을 이렇게 억울하게 보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고인의 장례를 미루는 59일간의 긴 장례 투쟁이 시작됐다.

민주노총 평택안성지부를 비롯해 정의당 평택시 갑·을지역위원회, 진보당 평택시지역위원회 와 같은 진보정당과 평택평화센터, 흥사단 평택안성지부, 평택청년플랫폼 피움 등 수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리고 유족과 함께 59일간 긴 장례 투쟁을 진행했다.

대책위원회와 유족의 투쟁은 항만노동자들의 현실이 이 사회로 폭로가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불안정하고 복잡한 고용구조,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현실, 높은 산업재해발생율 등 그동안 다른 업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기반해 대책위원회와 유족은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그로 인해 해양수산부에서는 항만안전관리를 전담하는 부서가 생겼고, 고용노동부에서는 패트롤을 통한 관리·감독을 더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성과가 있지만 사고의 기저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즉 불안한 고용구조를 해소하고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제도의 정비는 이뤄지지 않았다.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산재사망사고를 일으킨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근본적 모순을 바꾼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토대를 모두 바꾸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바뀌지 않는다면 산재사망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고인의 1주기가 되는 동안 현대산업개발의 산재사망사고, 삼표산업의 산재사망사고 등 계속해서 일어난 산재사망사고의 원인은 모두 비용절감을 위한 사용자의 욕심과 부주의 등이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처벌을 강화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올해 1월 동방 평택지사와 피의자 다섯 명에 내려진 선고만 보더라도 아직 처벌은 부족하다. 선고 내용을 살펴보면 동방에 대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고, 나머지 피의자들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러한 현실을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고, 불안정한 고용이 없어지도록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이윤보다 사람이 더 중요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산재사망이 줄어든다. 제발 줄이자. 더 이상 일터에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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