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을 방지하며
관련 정책을 만들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여전히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윤석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핵심 공약을 내세웠다. 당선과 함께 공식화되면서 “구조적 성찰별은 없다”는 기조 아래 여성가족부가 폐지될 상황에 있다. 이에 이주·장애 여성을 포함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데이트폭력, 스토킹, 디지털 성폭력 등 모든 형태의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전국의 단체 535개소가 지난 3월 30일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가 결성됐다. 그리고 4월 7일 인수위원회 앞에서 ‘성평등 관점의 여성폭력 방지 전담부처 반드시 필요하다!’라는 제하에 긴급행동을 진행했다. 이후 4월 21일 현장단체연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간담회를 가지고 구조적 성차별이 여성폭력의 원인이기에 성평등 실현과 여성폭력 문제 해결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짚으며, 관련 업무는 성평등 관점의 전담부처에서 담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사실 여성가족부의 역할과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가족부의 예산은 정부 전체 예산의 0.2%밖에 안 되며, 대부분이 가족 예산이고 성평등 예산은 제일 적게 편성되어 있다. 또한 언론과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 아래 고위 관리직들의 성추행 사건 등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그렇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는 해답이 될 수 없다. 폐지가 아닌 전문전담부처, 곧 성평등사회를 실현하고 사각지대에 만연한 폭력 피해를 밝혀내고 지원해 나가는 전문전담부처가 필요한 것이다.

연말이 되면 각 성매매피해지원단체 대표들이 모여 내담자 지원과 개선점,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필자는 2018년 두레방쉼터 대표로 활동하면서 이 자리에 참석해 성착취피해 이주여성 지원 관련 “일반지원시설과 차별적으로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운영지침 안에서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주장은 2019년 운영지침에 바로 적용됐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서면 제출 방식으로 전환됐고, 이 방식의 영향인지 의견 반영이 더딘 부분도 있었지만, 국내 성착취피해 이주여성들의 상황과 필요한 정책들을 알리는 기회는 계속해서 있었다. 여성가족부의 역할은 눈에 띄지 않는 듯 보이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성착취피해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꾸준히 정책을 개선해왔다. 성착취피해 이주여성의 사례를 유일하게 들어주는 부처이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여성가족부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성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져 여성폭력과 혐오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일진대...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이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이 일곱 글자로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집단의 표를 잡기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다.

여전히 여성가족부의 역할 곧, 성평등 관점의 전담부처가 꼭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일상에 만연해 있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 가해자를 특정하기 힘든 방식으로 더욱 교묘해진 사이버 폭력이 늘어나고 있다. 여성폭력을 방지하며 관련 정책을 만들고 피해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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