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데쿠르헤즈/지양사

 

▲ 이단비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로렌조의 시점에서 시작한 이 책은 로렌조가 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펼쳐지는 4가지의 모험 이야기와 로렌조가 현실에서 겪는 현실 이야기가 혼합된 독특한 구조를 가진 그림책이다. 처음 이 그림책을 읽을 때에는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그림책을 그렸는지, 충전기와 와이파이만 찾던 로렌조가 왜 종이와 색칠도구들만 가지고 놀게 되었는지 단박에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샛노란 이야기 속을 따라가다 보면 노란색 바탕은 노란색 노트 속 환상의 이야기이고, 하얀색 바탕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로렌조 본인이 현실에서 겪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4가지의 모험 이야기 중 3번째 ‘공장’은 현실 속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슬픔에 대해서 우리가 한 번 더 생각 해 볼 수 있게 해서 인상이 깊었다. 이야기 속에서는 수탉이 괴물로 인해서 친구를 하나 둘씩 잃어버리고 혼자 남게 되는데, 현실 속에서 로렌조가 찾아간 공장에서 한 인부도 큰 폭발사고로 모두를 잃고 혼자 남아 있게 된다. 

그리고 로렌조가 이야기 끝에서 마주한 그레고리오 할아버지도, 젊은 시절 자동차 공장에서 일했는데 큰 폭발 사고로 일자리와 친구들, 그리고 두 다리마저 잃는다. 이처럼 현실의 노동 환경 속에서 괴물들이 노동자들을 잡아먹는 사건은 우리 역사 속에서도 이미 여러 번 반복된 일이므로,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다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 4가지 이야기를 남겨놓았던 그레고리오는 로렌조가 이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 의미를 발견하고, 새롭게 자신의 방법으로 그림을 그려 자신에게 보여주었을 때 기뻐한다. 내 이야기와 내 마음을 누군가가 알아봐주고 이해할 수 있다는 건 이야기 작가로서 축복이고 행복이다. 그림책 한 권으로 그레고리오와 로렌조가 만났듯이, 작가와 독자는 이야기로 소통하고, 만나서, 서로를 이해한다. 또한 이 과정을 하나의 그림책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이 그림책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볼 수 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레고리오에게는 로렌조의 특별한 노란색 노트가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열어주었고, 충전기와 와이파이만 찾던 로렌조에게 그레고리오의 색칠도구 선물은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시작이 되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만남은 이렇듯 반복되는 역사를 공유하며, 함께 새로운 세계의 모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족들이 도란도란 함께 다 같이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많지만, 그림책 속에 여러 색깔과 의미를 찾아가며 서로의 이야기를 한번 씩 건네 볼 수 있는 그림책은 드물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이런 그림책 한 권을 도란도란 읽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평택시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