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사계절

 

   
▲ 손민정 사서
평택시립 장당도서관

한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키울 때 내 아이가 처한 상황에서 어린 시절의 나였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생각해 볼 때가 있다. 어른들의 사소한 농담에도 쉽게 상처받았던 일, 배고픈 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친구들과 놀던 일, 학교에서 잘못하고 선생님께서 집으로 전화할까 전전긍긍했던 일처럼 아이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잊고 지낸 기억들이 조금씩 떠오른다.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면 너무 사소한 일이지만 그 시절의 나는 그 감정들이 나의 전부고 세계였다. 내 맘 같지 않게 매번 말썽부리는 아이에게 화가 났다가도 어린 시절 나의 마음을 떠올려 아이를 바라보면 화났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진다.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면서도 어른이 된 내가 나의 어린 시절과 마주하는 그런 경험을 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은 김소영 작가가 어린이책 편집자로, 독서교실 선생님으로 여러 어린이들과 만나며 겪은 소소한 이야기들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누군가는 듣고도 무심히 지나칠 법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엮어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책의 맨 처음 ‘시간이 걸릴 뿐이에요’라는 이야기다. 신발 끈 묶는 게 서툰 현성이에게 작가는 그날 함께 배운 그림책의 구절을 읊어주며 “어른이 되면서 신발 끈 묶는 일도 차차 쉬워질 거야”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현성이는 이렇게 답한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라고 말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간단한 일이라 어린이가 시간을 지체하면 일부러 꾸물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렸을 때 기다려주는 어른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른다. 지금 어린이를 기다려주면, 어린이들은 나중에 다른 어른이 될 것이다. 세상의 어떤 부분은 시간의 흐름만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나는 어린이에게 느긋한 어른이 되는 것이 넓게 보아 세상을 좋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를 기다려 주는 순간에는 작은 보람이나 기쁨도 있다. 그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린이와 어른은 함께 자랄 수 있다”

교사나 어린이를 양육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린이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린이’라는 사회구성원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사회구성원 중 하나로 바라보는 어린이의 모습, 양육자로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미처 몰랐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이해하며 나와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 서툴게 신발 끈 묶고 있는 아이를 보면 묵묵히 기다려줄 수 있는 멋진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느 한 가정 안의 어린이가 아닌 사회 속의 모든 어린이가 존중받을 수 있는 어린이날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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