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승 원정리 지역 환경 지켜낼 터”

 

시인 등단, 보령·평택에서 문학 활동
서평택환경위원회에서 지속적 봉사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환경감시 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평택에 정착하다

이근모(82세) 서평택환경위원회 고문은 충청남도 보령시의 한 어촌마을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은 어업 활동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는데, 안타깝게도 그가 일곱 살이 될 무렵 인근 섬으로 조업을 나가던 어머니는 배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해 일찍이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제가 오 남매 중 넷째인데 큰 누님이 어머니 역할을 하셨죠”

이근모 고문은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다. 책이 귀하던 시절 동네 형들에게 얻은 책을 읽고 글을 끄적이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었다.

고등학교까지 진학했지만, 가정 형편상 중퇴를 한 그는 동네 어르신들의 농사일을 돕던 중 아내와 만나 스물한 살에 일찍이 결혼했다.

“결혼 후 일자리를 찾기 위해 홀로 상경해 영등포에서 3~4년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여의치 않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친구가 경기도에 가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이근모 고문은 70년대 초반 가족과 함께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에 정착했다. 당시 원정리 일대의 간척 논은 그의 고향과 비교해 10배는 넓은 면적을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했다.

“원정리에 처음 왔을 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간척 논은 염도가 높아 벼를 수확하기가 어려웠죠. 생활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다시 고향으로 내려갔습니다”

 

문학 활동을 펼치다

이근모 고문은 고향에서 동생의 석재사업을 도왔다. 다행히도 사업을 날로 번창했다.

“처음엔 혼자 내려갔지만, 사업이 잘되자 원정리 집을 이웃에게 맡기고 가족 모두가 다시 보령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시 제 아들과 딸도 함께 일할 정도로 사업이 잘됐죠”

그는 생활이 안정되자 어린 시절 두각을 보인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지인의 권유로 한내문학회에서 활동했습니다. 당시 <관촌수필>, <우리 동네> 등으로 유명한 이문구 작가가 함께 활동했었죠”

이근모 고문은 문학회를 통해 문학기행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작가로서의 소양을 쌓았다.

“무엇보다 ‘시’가 제 적성과 딱 맞았습니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주변을 살피다가 시상이 떠오를 때가 많았죠. 결국 1992년 동료 회원의 소개로 알게 된 ‘월간 문학공간’에서 등단에 성공했습니다”

고향에서 일과 함께 문학 활동을 왕성하게 펼친 그는 1990년대 중반 다시 고향을 떠났다.

“동생이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결국 부도를 맞았습니다.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면서 다시 평택으로 돌아왔죠.

이근모 고문은 평택에 돌아온 뒤에도 문학 활동을 계속했다. 당시 평택농민회장의 소개로 한도숙 시인을 알게 된 그는 함께 평택문학회를 창립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10년 전부터 평택민예총 회원으로 활동 중인 이근모 고문은 지금도 전시회를 함께 여는 등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지역의 환경을 지키다

이근모 고문이 다시 평택에 정착한 1990년대 중반에는 평택시 포승읍 원정리 인근에 포승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었다.

대규모 산업단지는 지역경제 발전에 이바지했지만, 한편으로는 주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양날의 검과 같았다.

“마을 옆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생기니 환경단체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당시 포승읍 원정2리 이장이었던 전명수 위원장과 만나 뜻을 모았고, 원정리의 각 마을 이장이 회원으로 참여한 가운데 환경단체를 발족했죠”

이때 만들어진 환경단체는 2001년 서평택환경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했고, 경기도비영리단체로 등록하면서 공식 단체로써 틀을 갖췄다.

“서평택환경위원회 활동은 쉬지 않고 계속해왔습니다. 소각장 감시 활동과 남양호 낚시터 쓰레기 관리 업무도 도맡아 했죠.”

그는 우연히 괴태곶봉수대의 존재를 깨닫고 해맞이 행사를 추진하기도 했다.

“평택문화원을 통해 원정리에 괴태곶봉수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지역 산악회를 통해 행사를 추진했죠”

이근모 고문은 지금도 환경감시 활동을 전개하며 지역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포승국가산업단지 배수로에 유출된 폐식용유를 발견해 큰 피해를 막기도 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서평택환경위원회의 일원으로써 환경감시 활동을 펼치겠다는 그는 무엇보다 더 깨끗한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이근모 고문과 서평택환경위원회의 노력으로 원정리 주민들이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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