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박물관이
평택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리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 정용훈 박물관팀장
평택시 문화예술과

국립익산박물관을 다녀왔다. 이번 답사는 ‘뮤지엄 건축’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추진됐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익산 미륵사지터’에 건립된 박물관으로,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준공건축물부문, 사회공공부문 본상을 수상한 건축물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미륵사지 ‘터’ 자체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고, 이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이 박물관의 설계 프로세스라고 한다. 

국립익산박물관의 컨셉은 ‘Hidden Museum 히든 뮤지엄’, ‘Time Loop 타임 룹’, ‘Time Roof 타임 루프’, ‘Time Layer 타임 레이어’ 등 네 가지다. 필자는 ‘히든 뮤지엄’이라는 컨셉이 잘 설계되고 시공되었기에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박물관은 우선 ‘빈 공간, 비어있으나 가득 찬 공간’이라는 모토에 맞게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다. 항공사진을 보면, 마치 건물이 없는 듯 보인다. 옛 백제시대 웅장하고 화려했던 미륵사지의 비어있는 공간에 맞는 건축이다. 미륵사지터라는 풍경에 어울리는 건축, 우뚝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다.

박물관 내부 전시를 보고 난 후 박물관 출구를 지나 잔디가 있는 푸른 지붕에서 주변의 풍경, 빈 절터를 볼 수 있는 박물관 지붕 위 공간이 있다. 지금은 비어있지만 무언가 다양한 이야기를 가득 품은 백제의 화려함을 상상하게 된다.

허나,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며 그런 건축의 컨셉에 맞는 전시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짝 의문이 들었다. 익산백제실, 미륵사지실, 역사문화실 이 세 개의 상설전시관이 건축의 콘셉트에서 말하고 있는 시간의 루프와 시간의 레이어에 어울리는지 궁금했다. 백제의 역사, 전북 익산지역의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시간의 ‘켜’에 어울리는 전시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방 국립박물관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한계 때문이라는 생각도 했다. 전북지역의 역사도 담아야 하고, 미륵사지터라는 공간에 있는 유물도 전시해야 하고, 옛 익산백제의 모습도 담아야 하는 욕심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중하고 가치 있는 국보급 유물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국립박물관에 대한 부러움이 가득 차오르는 관람이었다.

국립익산박물관의 전시는 현재의 추세를 반영하듯, 유물만을 전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려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다양한 영상과 조명, 쉽게 설명하려 애쓴 흔적들이 곳곳에 있었다. 너무 많은 유물을 보여주려는 욕심이 과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스토리 중심의 전시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그 지역의 역사가 가진 한계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조심스럽게 했다.

박물관은 그 고유의 기능인 전시의 기능뿐만이 아닌, 유물의 수집, 보관, 복원의 기능, 연구와 교육의 기능까지 있는 공간이다. 건축과 전시의 관계는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밖에 없다. 평택박물관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할까. 평택이 가진 역사성을 오롯이 간직하며 그것을 보여주고, 연구하고 함께 고민하는 공간. 박물관 고유의 기능을 넘어 모든 평택시민이 편하게 쉬고 이야기 나누며 평택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리는 ‘복합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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