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한다면
50인 미만 사업장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 김기홍 위원장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
평택비정규노동센터 소장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6월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법적 불확실성을 신속히 해소하겠다고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은 한 몸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업에 잔뜩 힘을 실어주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 등 재해예방 실효성 제고 및 현장 애로 개선 추진’을 목표로 뒀다. 1월 27일 법 시행 이후 5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가 산업재해의 경영자 책임을 줄이는 방향으로 대통령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과거 친기업 행보로 일관해 낙제점을 받았던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드리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중대재해처벌법’은 반복되는 산업재해를 멈춰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만들어낸 법안이다. 2020년 8월 고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한 달 동안 10만 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아 국회법에 따라 심사 절차를 거친 후, 본회의에 회부됐고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해 안전과 관련한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방향에 대해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고,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감경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할 것을 시사한 셈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6월 17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는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 기업이 법무부가 지정한 안전관리인증기관의 인증 받으면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감경 또는 면책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개정 방향과 여당의 발의안은 그간 기업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주장과 맞닿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통과 이후, 재계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웠던 부분은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이다. 잇따른 정부·여당의 법 개정 움직임은 이러한 재계의 요구에 대한 화답 성격이 짙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이 민심을 배반하고 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도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한다면, 대기업에서도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그냥 무방비 상태로 계속 방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지난해 기준 정부 통계에 따른 50인 미만 사업장 수는 282만 7083곳으로 전체 사업장의 98%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670명으로 전체 산재 사고 사망자의 81%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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