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장에서 아이들과 소통”

 

코카콜라 수도권물류팀 보안 담당
담장 주변 쓰레기 줍고 꽃·식물 심어

 

 

“은퇴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체험학습장을 가꿔나갈 예정입니다”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하다

경기도 수원에서 자란 조동인(72세) 코카콜라 수도권물류팀 보안팀장은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으로 참전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휴전을 10일 남기고 전쟁터에서 산화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밑에서 자라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컸습니다. 그래도 올해 2월 아버지를 대신해 무성화랑 무궁훈장을 받게 되어 마음의 위로가 되었죠”

어린 시절 조동인 팀장은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는 등 학업이 우수한 모범생이었다.

“개신교계 상업고등학교를 다녀서 종교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회 간부로서 봉사 활동 또한 굉장히 열심히 했죠”

그 시절 상업고등학교 재학생들의 가장 큰 목표는 은행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꿈꿔왔던 은행 취업에 성공했지만, 그에게 새로운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제가 1970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같은 해에 경부고속도로가 완공됐습니다. 이때 한국도로공사에서 직원을 채용했고, 저도 이곳에 들어가면 괜찮겠다고 판단해 입사하게 됐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조동인 팀장은 한국도로공사에 입사한 뒤 충청북도 영동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서 근무했다.

“영동, 인천, 김천, 원주, 마산, 구미, 강릉 등 여러 곳에서 근무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강원도 원주에 정착했고 오랜 기간 주말부부 생활을 했죠”

자재, 서무, 인사, 관리·감독,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톨게이트 소장으로 여러 곳에서 일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IMF 당시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당시 제가 최고참이었기에 사직 1순위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죠”

한국도로공사에서 나온 뒤 계약을 맺고 톨게이트 운영권을 얻게 된 조동인 팀장은 처음 군포톨게이트를 운영하면서 전국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아 재계약에 성공하기도 했다.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도 전국 각지의 톨게이트 책임자로 꽤 오랜 기간 근무했습니다. 그렇게 2019년 말까지 일한 뒤 은퇴했죠”

그는 은퇴한 뒤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다. 편안하게 노후를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마냥 쉬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5개월 정도 쉬어보니 집에만 있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나이가 많아 취업이 쉽지 않았고, 결국 경비원 교육을 받게 됐죠”

경비원 교육 당시 99명의 교육생 중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우수한 능력을 보인 조동인 팀장은 교육 이수 후 취업에 성공했고 2020년에 평택으로 내려오게 됐다.

 

체험학습장을 조성하다

조동인 팀장은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꾸준히 담장 밖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었다.

“처음엔 담장 밖 화단에 많은 양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보기에 좋지 않아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동료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있죠”

쓰레기를 줍고 잡초를 뽑기 시작하면서 그는 이곳에 꽃을 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막연한 생각에 꽃을 심었지만, 이후 잡초가 줄어들고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또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찾아온 아이들이 꽃을 관찰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죠”

아이들이 찾아오기 시작하자 평소 꽃에 관심이 많아 원주시야생화연합회장으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는 조동인 팀장은 다양한 야생화와 옥수수, 호박, 봄나물, 약초, 허브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을 화단에 심어 작은 체험학습장을 조성했다.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체험학습장을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꽃과 식물을 심고 이름표를 붙여 아이들이 쉽게 관찰할 수 있도록 했죠. 지금까지 70~80종을 심었는데, 앞으로 규모를 더 늘릴 계획입니다”

그는 회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화단에 조성한 체험학습장을 잘 가꿀 계획이다.

“꽃과 식물을 관찰하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즐거워집니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아이들에게 음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죠”

조동인 팀장은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해서 일하는 것이 목표다. 일과 동시에 체험학습장을 조성해 스스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있는 그는 앞으로 주변 학교와 교류를 늘려 더 많은 아이에게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은퇴한 뒤에도 환경보호를 위한 봉사를 펼치고 싶다는 그는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으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그 열정만큼 행복한 날들이 조동인 팀장의 미래에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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