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로 사회안전망 만들 것”

 

고향집에 대안문화공간 루트 조성
동고2리 마을 가꾸기 사업 추진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진작가가 되다

최승호(60세) 루트 대표는 어린 시절 태어나고 자란 고덕면 동고2리 고향집을 대안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마을주민은 물론, 수많은 예술인과 교류하며 고향동네를 지키고 있다.

육 남매 중 장남이었던 최승호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길 원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건축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무렵 닥친 건축업계의 불황으로 평택에서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우연히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해 현대자동차에서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아내와 결혼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빨리 자리 잡아야 했죠”

그는 입사 후 일 년 정도 지났을 무렵 권위적인 지점장들의 업무 지시에 부당함을 느끼고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현대자동차 서비스노동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해고될 각오로 활동했었습니다. 신입사원임에도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죠”

최승호 대표는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중 40대가 되면서 정체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내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교사인 아내를 위해 청주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출퇴근하면서 홀로 생각할 시간이 많았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대학 시절 경험한 사진을 다시 배워야겠다고 결심했고, 6년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운영하는 직장인 아카데미를 다녔죠”

 

꿈을 실현하다

일과 함께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최승호 대표는 폭넓은 학습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시야의 폭을 더욱 넓혀나갔다.

작가로서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09년 무렵 동료 작가로부터 경기민예총 평택지부를 창립하기 위한 준비 활동에 동참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제안에 수락해 활동을 시작했고, 여러 작가와 함께 2011년 경기민예총 평택지부를 창립했습니다. 이후 8년간 사무국장을, 4년간 지부장을 맡았고 올해 3월 임기를 마무리했죠”

최승호 대표의 활동 거점인 대안문화공간 루트는 ‘너희 집 서까래가 참 예뻤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탄생했다.

“2013년도쯤 고향집에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방문했는데, 동행한 친구의 말을 듣고 이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며 막연히 꿈꿔왔던 문화적 거점 공간을 실제로 조성하게 된 것이죠”

그는 무작정 고향집을 정비해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ROUTE 루트’라는 이름을 지었다.

“일반시민은 물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조그만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안문화공간 루트는 전시공간은 물론, 농촌마을 주민에게 문화예술의 문턱을 낮추는 교류의 장으로 그 역할을 다해왔다.

향후에는 이곳을 젊은 작가들이 입주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최승호 대표의 계획이다.

 

고향 마을을 가꾸다

최승호 대표는 현재 고덕면 동고2리 ‘마을 가꾸기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여러 규범과 제도는 사회안전망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지는데, 마을에는 이러한 사회안전망이 오래전부터 조성돼 왔으며, 이를 기록하고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동고2리도 과거에 비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는 마을의 옛 사진과 자료를 모아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마을에 사는 30가구의 옛 사진을 모아 전시했는데, 엄청난 반향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척지고 살던 이웃이 과거 사진을 보고 난 뒤 관계를 회복한 사례도 있었죠”

최승호 대표의 오랜 노력 끝에 주민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6년 전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시작한 마을 가꾸기 사업이 동고2리에 많은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주민들을 설득해 젊은 작가들이 마을공동부지에 입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는 작가들이 참여한 ‘어르신 시니어 문화대학’이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죠. 지난 2019년에는 정월대보름 축제를 열었는데, 주민 모두가 참여해 성황을 이뤘습니다”

개발된 이웃 마을을 보며 패배감에 휩싸였던 주민들은 점차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를 확인한 최승호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해서 마을 가꾸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나아가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그는 동고2리는 물론, 지역의 소외된 마을을 기록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칠 예정이다. 최승호 대표의 이러한 노력이 평택 문화예술 활성화의 주춧돌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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