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의 소진예방을 위한
조직문화·예산·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김태정 활동가
두레방

활동가 소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과 연구들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다. 감정노동자, 사회지역단체, NGO단체 활동가 등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곳이 많은데 이는 그만큼 활동가들이 말하는 소진이 이제는 이전처럼 조직 내에서 묵인될 수 없는 수준인 것을 말해 주며, 이전 활동처럼 활동가 개인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활동은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증명한다. 필자 또한 활동에 대한 소진을 피해 갈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프로그램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

활동가들이 겪는 소진은 여러 지점에서 발생할 수 있다. 폭력 피해 상황을 상담하면서 내담자가 겪고 있는 고통과 불안이 상담 활동가 본인에게도 같은 상태가 되는 현상, 즉 대리외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법, 의료 지식 등을 공부하며 내담자 상황에 맞은 지원을 하려고 하지만 전문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활동가 본인은 끊임없이 의심과 자책으로 활동에서 소진될 수 있다. 또한 노력해도 개선되지 않는 사회제도와 정책, 변화되지 않은 사회문화를 보면서 마치 성과 없는 일에 대한 반복이라는 생각으로 소진이 되는 경우가 있다.

특별히 필자가 활동하는 영역과 비슷한 폭력피해상담·지원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소진 사례를 보면 다른 영역과 다르게 단시간 내에 소진으로 이어지는데, 실제로 필자는 현장에서 소진으로 인한 활동가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를 목도했다.

활동가들은 내담자와의 상담과 함께 지원을 시작한다. 예를 들면 내담자가 심리적·정신적 문제를 호소하면 관련 병원과 치료기관 정보를 찾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 함께 가 현재 상태를 상담하고 함께 전문의의 진단을 받으며 내담자가 겪고 있는 상황이 잘 치료될 수 있도록 지지하고 끊임없이 공감하며 안부를 물어야 한다. 더욱이 이주민의 경우라면 감수성이 있는 통역사를 연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상담활동가는 이 모든 것을 계속해서 상담하고 지원 해 나가야 하는데 이와 같은 지원 사례는 동시에 여러 사례가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료상의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사를 위한 경찰조사를 동행하고 조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지지하며, 관련 법률을 공부해 수사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증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을 설득하는 과정도 있다. 또한 내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협박과 고소에도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보호해야 한다.

이런 상담과 지원 과정은 내담자의 폭력피해 상황이 고스란히 상담 활동가들에게 전이되고 이는 곧 대리외상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활동가 스스로 본인의 노동을 착취하며 사례에 매달리게 됨으로써 휴식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적당한 쉼을 확보할 수 없는 조직문화와 소진예방을 위한 예산, 프로그램이 조직에 없으며 이러한 결과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조직 내에 “힘들다, 지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고 동료 간, 조직 간의 응원으로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충분하고 고정된 소진예방 예산을 확보해 활동가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전문적인 정신·심리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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